일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생기는 일자리도 변변치 못해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무역팀이 18일 발표한 '고용보호제도가 노동시장 이원화 및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는 38%가 근속기간이 1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였다. 상용직도 상위 10%의 임금이 하위 10% 임금의 4.5배에 달할 정도로 근로자들 간의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통계청은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시간제근로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치를 내놓았다.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인 60대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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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OECD의 30여 회원국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근로자의 비중은 한국이 38%로 가장 높았다. 칠레(34%), 멕시코(32.2%), 터키(28.1%)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또 잘나가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의 격차도 매우 심한 나라로 분석됐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임시직비율, 임금십분위배율이 모두 상위권이었다. 임시직 비율은 25%로 칠레(30.5%), 스페인(29.8%)에 이어 3위였다. 상용직 기준으로 하위 10%에 대한 상위 10%의 임금수준을 뜻하는 임금십분위배율은 한국은 4.5배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6위였다. 한 자리에서 1년도 버티지 못해 일터를 떠도는 노동자들이 많은 가운데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도 매우 심한 나라가 한국의 현주소인 것이다.

한편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결과에 의하면 지난 8월 기준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만9천명이 늘어난 203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시간제 근로자는 평소 1주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의 취업자를 말하는데 2004년 8월 107만2천명에서 10년 새 갑절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에서 시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8%에서 올해 7.9%가 됐다. 여성의 비중은 13.2%였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근무를 도입하는 등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단시간 근로를 장려해 왔다. 출산과 육아에 묶여 있던 경력단절 여성들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이려면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60세 이상이 주로 시간제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 60세 이상의 비율은 2004년 12.1%에서 2014년에는 28.5%로 급증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보고서는 정부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정부는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받지만 연금과 사회보험 등은 정규직과 같게 보장해주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는데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고, 60대가 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상용직 고용 보호를 완화하면 임시직과 단기근속비율은 줄지만, 임금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임시직 고용 제한을 강화하면 임시직과 단기근속비율은 줄고 임금격차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심한 만큼 상용직과 임시직의 고용보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