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양적 완화는 가장된 엔저 정책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FT는 헤니 센더 홍콩 주재 선임기자의 분석 기사를 통해 일본은행이 한 달 전 추가적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한층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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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더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일본의 양적 완화가 물가하락 추세를 끝내고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을 활성화한 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그 밖의 나머지 분야에서는 화살이라기보다는 바늘 정도의 미미한 효과가 있었을 뿐이라고 센더는 주장했다.

가장된 엔저 정책은 세계적으로 무역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지난 3분기 일본의 수출을 5.3%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수출 부문의 이런 수치는 암울했던 3분기 일본 경제에서 유일하게 건강한 지표였다.

같은 기간 일본의 민간소비는 1.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설비투자는 0.9% 마이너스 성장했다.

일본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2분기에는 각각 18.6%, 17.9% 감소했다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일본의 양적 완화는 경쟁국들을 자극해 지난달 중순 중국 인민은행은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은 부분적으로는 많은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자본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지만 위안화 가치가 연초보다 10% 정도 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틱증권의 크리스 우드 애널리스트는 "'가미카제 구로다'가 없었다면 인민은행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주도한 양적 완화 정책이 인민은행의 신속한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인 한국의 한국은행도 이미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동북아 3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때 선진국에서 약화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책인 양적 완화가 점차 신흥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세계 무역이 침체한 가운데 통화 가치가 하락한 한 나라의 이익은 경쟁국의 손해로 귀결되면서 통화 전쟁은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SLJ매크로의 스티븐 젠은 "엔화의 지속적 약세는 지역적 결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가속한다면 1997년 발생했던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