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가격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 급락과 달러 강세의 여파다. 에너지 외에 귀금속, 농업 등 상품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가격 하락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한국 경제와 증시에도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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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가격지수인 CRB 지수는 지난 11일 기준 246.93까지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7월 29일 243.55 이후 5년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된 CRB 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작년 말 280.17을 나타낸 지수는 올해 상반기 말 308.22까지 상승했으나 하반기 급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대비 11.9%, 상반기 말 대비 19.9% 하락한 것이다.

서지영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농산물, 금속까지 전반적으로 상품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며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 속에 상품시장은 10년여의 '슈퍼 사이클(가격 강세)'을 끝내고 약세 주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상품시장 약세의 주요 원인은 역시 유가 하락이다.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서부텍사스유는 선물가격 기준으로 올 한해 33% 이상 하락했다.

휘발유(-36%), 난방유(-32%), 천연가스(-10%) 등 다른 에너지 관련 상품도 연초보다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귀금속 상품시장에서도 은(-16%), 백금(-11%), 금(-1%) 등이 연초보다 하락했다.

현미(-22%), 대두(-21%), 대두유(-18%), 옥수수(-10%) 등 농산물 가격도 줄줄이 내렸다. 농산물 가격은 미국 풍작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4년래 최저치까지 내리기도 했다.

비철금속 중에서도 최근 4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한 전기동(-12%)을 비롯해 주석(-10%), 납(-8%) 등이 하락했다.

상품시장 전체로도 올해 가격이 오른 품목은 일부에 불과하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하락은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과거 10년간 가격 강세에 따라 원자재가 과잉공급되면서 최근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감소시키고 소비자의 구매 여력을 확대해 경제에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한국과 같은 원유수입국에 더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가격 하락세가 한국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서 오히려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의 효과가 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시장팀장은 "원자재가격 하락은 평소라면 한국경제에 큰 호재지만 지금 세계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과거 유가 하락이 호재로 작용할 때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시기지만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