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서 구제역이 확진 판정이 나온지 하루가 지난 30일 오후 1시 40분.

장호원읍 박모씨의 돼지농장으로 향하는 길목 입구에 길이 5m, 높이 2.5m의 붉은색 폐사축매몰탱크를 실은 4.5 t 짜리 트럭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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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안락사 된 박씨의 비육돈 32두가 바로 이 탱크 안에 들어가 농장에서 20여m 떨어진 땅 속에 묻혔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박씨의 양돈농가는 인근에 5∼6 채의 민가만 있을 정도로 조용한 동네다.

마을회관과도 600m나 떨어져있고 주민들의 왕래도 드문 곳이라 매몰 작업이 시작된 오후 농장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통제된 입구에서 살펴본 농가 주변에는 이곳을 드나드는 방역차량과 방역요원만 눈에 띌 뿐이었다.

박 씨의 농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5년 째 과수원을 운영한다는 한 주민은 "이 동네가 워낙 조용해 마을 분위기는 이전과 다를게 없다"면서도 "근처에 돼지 농장을 하는 데가 더 있는데 다른 곳에서도 혹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3개 동에서 비육돈 500마리를 키우던 이 농장에선 20여마리가 전날 오후 3시께 코와 발에서 피가 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방역 당국은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돼지와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를 긴급 살처분하기로 결정하고 구제역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 안에 있는 소·돼지 등 축산농가의 이동을 제한한 뒤 발생 농가 주변 10곳에 이동 제한 초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수도권 지역에서도 방역망이 뚫렸다는 소식에 방역당국은 긴장의 끈을 바짝 죈 모습이었다.

매몰 작업이 진행되기 앞서 농가로 향하는 폭 2m에 불과한 좁은 길목 2곳에 방역요원 2∼3명이 ‘이곳은 구제역 의사환축 발생농장으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글씨가 써진 어른 허리 높이 만한 안내판과 함께 출입 통제를 엄격히 했다.

폐사축매몰탱크를 싣고 온 50대 트럭 운전기사도 방역복,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하고 나서야 비로소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이미 처분된 돼지 32두 외에 같은 동에 있었던 다른 150여두도 이날 추가로 땅에 묻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밤까지 탱크 2대에 나눠 모두 처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