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정규직이 1만여명이나 늘어난 반면 신규채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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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은행권의 선진국에도 없는 특혜가 신규 채용을 줄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복지 혜택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9월 말 9만8396명이었던 은행권 직원수는 지난해 9월 말 11만5936명으로 17.8%, 1만754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지점 수는 6871개에서 6983개로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은행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은행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무기계약직이 속속 정규직으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지점 창구 직원과 단순 사무직이 주를 이루는 무기계약직은 정년과 복지는 정규직과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호봉과 승진에서 차이가 컸다.

우리・신한・기업・외환・농협 등 시중 은행의 정규직 전환 인원을 모두 합치면 1만3000명에 이른다.

이 같은 대규모 인력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는 찬반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은행권이 앞장서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것은 고용의 질을 높인 대단한 성과라며, 최근 논란을 빚는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의 전면 정규직 전환에 대해 '즉각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오치화 금융노조 홍보부장은 "은행권의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는 지난해 산별 교섭에서 노사 간 합의한 사항” 이라며 "더구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2013년 말에 이미 합의한 만큼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융노조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은행 경영진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면 정규직의 지나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미국에서는 고참 창구 직원도 계약직으로 연봉이 3만달러에 못 미친다"며 "선진국에도 없는 창구 직원의 정규직화는 은행 인건비의 지나친 증가로 이어져 신규채용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013년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33.1%로, 미국(28.3%), 일본(27.1%)보다 훨씬 높다. 더구나 노조의 강력한 주장으로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복지 혜택이 갈수록 커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전환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을 4%로 기존 정규직(2%)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이어 상반기 중 노사가 정규직 전환자의 추가적인 처우 개선을 논의키로 했다. 기업은행 무기계약직의 임금 인상률도 2.4%로 정규직(1.7%)보다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 무기계약직은 10년 이상 근무해도 연봉이 4000만원대를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그 이상 연봉이 올라갈 수 있게 됐다"며 "정규직과의 차별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훨씬 커진 만큼 앞으로도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