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방성식 기자] = 지난 6일 미국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 가 개최되었다. CES는 미국 뉴욕에서 1회 대회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세계 가전업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권위 있는 행사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재벌 대기업들도 이 전시회에 참가해 각자의 비전이 담긴 상품을 내놓았다. 삼성은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타이젠 TV’를 데뷔시켰으며, LG는 트윈 세탁 시스템을 장착한 혁신 세탁기를 선보였다. 현대차 역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블루링크 시스템으로 스마트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일부 기사에서는 이 세 기업에 ‘국가대표’ 타이틀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의 보도가 ‘재벌 3사’에 맞춰진 것과는 달리 해외에서 주목받는 기업중엔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의 제품이 다수였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업체인 ‘에미오타’와 일본의 중소기업인 ‘로그 바’는 대기업도 아니고 화려한 부스를 준비하지도 못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에미오타는 허리 치수의 변화를 감지해 자동으로 길이를 조절하는 허리띠를 내놓았고, 로그바는 반지 형태의 스마트폰 컨트롤 기기를 시연했다. 이 기업들은 CES를 통해 투자자를 찾고 기업지원을 받는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의학 기기 개발업체 얼라이언스는 삼성전자로부터 1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반면 국내 재벌 3사의 제품은 혁신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었다. IoT(사물 인터넷) 트렌드에 맞추어 온라인 연동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기존 제품에 관련 기술을 도입한 것에 그쳤다는 평이다. 기술집약적 수준은 높았지만, 제품군은 TV, 세탁기, 오디오, 스마트폰 등에 그치는 등 평범한 수준이었다.

CES에 혁신적인 국내 기업이 참가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이번 CES 2015엔 국내 IT 분야 중소기업도 54개 업체가 참가했다. 그 중 ‘브로콜리’는 책상, 벽에 걸 수 있는 초박형 알루미늄 공유기, ‘3L Labs’는 건강관리와 스포츠 활동에 도움을 주는 깔창으로 CES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미지 넥스트’의 옴니패드(OmniPAD)는 태블릿 PC와 자동차 IT를 접목한 기기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산업부 장관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모두 참신하고 신시장 창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CES 한국관을 찾은 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기업은 삼성, 현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스타트업 기업의 제품이 인상적이었다”며 “작은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아이디어에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S에 참가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시회에서 자사의 반응이 괜찮은데도 국내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며 아쉬움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