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3일(현지시간) 요르단 조종사 살해 영상을 공개함에 따라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살해를 협박한 인질들이 모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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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거의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걸어 애초부터 협상할 뜻이 없으면서도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한 셈이다.

IS 가 처음으로 인질 살해를 공개적으로 협박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IS는 유튜브에 미국인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를 참수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미국이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IS는 미국이 협상을 거부할 것임을 알면서도 비현실적 조건을 제시했으며,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자 예고대로 지난해 9월 소트로프 기자를 참수했다.

이어 영국 자원봉사자 데이비드 헤인즈와 영국 구호활동가 엘런 헤닝, 미국 자원봉사자 피터 캐식 등도 같은 방식으로 차례로 살해했다.

IS의 협박은 협상용이라기보다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공감을 사고 조직의 세력을 과시하는 선전수단이 됐다.

세계 각지의 지하디스트는 '미국과 영국의 공습으로 순교한 형제들의 죽음을 그대로 갚았다'는 선전에 IS로 속속 가담했다.

이처럼 비현실적 조건을 내건 공개 협박은 지난달 20일 일본인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영상에서도 적용됐다.

IS 조직원은 앞서 살해된 인질들과 마찬가지로 주황색 죄수복을 입힌 일본인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와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後藤健二)의 몸값으로 2억 달러(약 2천180억원)를 요구했다.

이 몸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동 방문에서 IS 대책으로 지원하겠다는 2억 달러와 같은 금액이었다.

IS가 요구한 통상적 몸값보다 터무니없이 많다는 점에서 IS는 애초에 협상 의지가 크지 않았고 국제사회에 경고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몸값 요구를 철회하고 요르단에 수감된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하라고 조건을 바꿨다.

바뀐 조건 역시 IS가 알리샤위를 넘겨받아 얻을 실익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협상할 뜻이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

특히 요르단군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이미 지난달 3일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알리샤위와 맞석방 협상은 애초부터 성립 불가능한 것이었다.

IS가 이날 공개한 '신자들의 가슴을 치유하다'는 제목의 22분짜리 선전영상에서 살해 장면은 2분 정도에 그치며 대부분은 조종사의 처형을 정당화하고 요르단군에 대한 복수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영상의 초반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미군과 요르단군의 합동 훈련 등을 보여주며 요르단이 미국과 손잡았다는 것을 비난한다.

알카사스베 중위가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의 IS 공습 작전을 설명하는 인터뷰가 나오며 시리아의 어린이들이 공습에 죽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IS 조직원들이 알카사스베 중위를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공터에 설치된 철창에 가두고 불을 질러 살해하고서는 불도저를 이용해 건물잔해로 덮어버린다.

이런 살해방식은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죽은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알카사스베 중위를 처단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S는 공습에 참여한 시리아 조종사들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이들을 살해하면 100 디나르(IS 자체 화폐)를 주겠다는 공고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중동 전문가 압델 바리 아트완은 이날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 영상은 그들이 극도로 잔인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IS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으며 공포에 떨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