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선출된 문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두 사람의 만남은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오전 11시30분께 문 대표가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로 찾아오자 김 대표는 김학용 비서실장을 내보내 영접하면서 "축하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김
대표는 "추운 날씨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도 참배하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의 첫날 행보를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참배하려고 했는데 전당대회가 걸려서 못 갔다. 이른 시간 내에 방문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이
에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 쪽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우리 김
대표께서 역할을 많이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의 노 전 대통령 묘역 방문에 대해선 "오시면 잘 준비해서
환대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연배(김무성 51년생, 문재인 53년생)이고, 같은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대화가 술술 풀렸다. 김·문 대표는 경남중 1년 선후배인 데다 현재 지역구도 나란히 부산이다.
김 대표는 "저하고 같은 시대에, 비슷한 지역에서 살면서 또 같은 학교를 다니고 해서 동질감이 많다. 같은 시대에 서로 같이 고민해 대화를 잘 하리라 믿는다"라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문
대표는 김 대표의 과거 통일민주당 경력을 언급하면서 "저도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김 대표를 뵐 기회가 많았다.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관계가 여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서도 김 대표가 "아마 문 대표와 제가 국제시장 영화를 보는 마음이 똑같았을 것"이라고 하자, 문 대표는
"같은 날 봐서 재미있게 언론에서 다뤄졌다. 저희 가족사가 영화에 담겨있다시피 해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화답했다.
정치 분야로 화제를 옮겨서는 덕담 속에 뼈있는 말도 주고받았다.
김
대표가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하는 게 국민이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여당이 항상 양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리한 요구만
안하신다면…"이라고 말을 꺼내자, 문 대표는 웃으며 "이제는 조금은 각오를 하셔야"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3년 연속 계속된 세수결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복지재원 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복지는 또 지금 수준으로
충분한지, 서민증세와 부자감세 철회 문제라든지 등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며 만만치 않은 과제들을 끄집어냈다.
그러나 비공개 회동에서는 복지와 증세 등 민감한 의제에 관해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복지 중복에 따른 재정 어려움을 지적하자, 문 대표는 "하던 복지를 줄일 수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고, 앞으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이는 '2+2'회의를 자주 열거나 대표 회동을 자주 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