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와 아랍권 최대 언론사인 알자지 등 전 세계 언론은 이틀 전 피살된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거리로 나온 인파가 주최 측 추산으로 최대 10만명(경찰 추산 1만6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이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던 2012년 때보다 더 큰 규모다.
하지만 넴초프 피살 사건이 러시아 정치 판국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 '위대한 러시아' 정책으로 80%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푸틴의 정치적 카리스마와 함께 10여년간의 탄압과 회유로 자리를 잡지 못한 러시아 야권 때문이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최초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비판하기 위해 신청한 이날 집회를 불허했다가 피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추모집회로 국한해 허가했다.
참가자들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넴초프 사진과 함께 "보리스, 우리는 당신의 과업을 이어가겠다, 잊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플랜카드를 들고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반정부 구호 일색이었다기보다는 총탄에 스러진 야권 지도자에 대한 추모부터 러시아 내 증오범죄 경계 목소리까지 다양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변호사인 올가 도브로발스카야는 "그들(살인범)은 누군가를 등 뒤에서 쐈다. 이는 러시아에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날 행진이 반정부 집회였다면 나는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자식들에게 폭력과 증오가 판치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