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 경제와 정치상황에 불안을 느낀 러시아 부유층들이 여유자금을 대거 스위스 금융권에 맡기고 있다고 스위스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공영방송인 스위스엥포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3분기까지 러시아에서 스위스로 이체된 자금 규모는 약 68억 달러(약 7조7668억여원)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배가 늘어난 반면 전통적으로 러시아 돈이 가장 많이 흘러들어 갔던 우즈베키스탄은 전년도 50억 달러에서 지난해 47억 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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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송은 또 러시아 연방 이민국 콘스탄틴 로모타노프스키 소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에서 일하면서 고국의 가족들에 돈을 송금하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계절노동자 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러시아 경제 위기에 따라 소득이 줄면서 우즈베키스탄 등으로의 송금 총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07년에도 러시아의 여유자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예치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 1분기에만 33억 달러가 예치된 것처럼 러시아의 자금이 쏟아져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이 방송은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러시아 GHP 그룹의 고위 자산 관리사인 페도르 비치코프는 "러시아의 중산층 이상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와 이로 말미암은 루블화 약세 등 악화하고 있는 경제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네바 인베스트사의 한 자산관리 전문가도 "러시아 부유층이 러시아 루블화의 통화가치와 금융제도를 믿지 않고 스위스 프랑화의 안정성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아울러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 통화 관련 법안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