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유엔대학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연설에서 그동안 유엔에서 일본이 기여한 바를 열거한 뒤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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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이어 유엔 개혁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은 논의에 시간을 할애할 때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핵무기를 가진 5개국이 각각 거부권을 가진 채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보리 상임위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과 갈등관계인 중국의 거부권을 감안할 때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목표를 천명한 것은 정권의 외교·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진하며 국제 안보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그동안 독일, 인도, 브라질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수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과거사와 관련해선 "일본은 앞서 대전(2차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인권을 지키며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했다"면서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작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및 반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아베 총리에 앞서 연설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중일 세 나라가 정부간 대화를 통해 "진정한 화해와 조화,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중일) 지도자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지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라고 하지만 (중략) 동북아는 여전히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남아 있다"며 "나는 동북아 국가들, 특히 일본·중국·한국이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를 진행하길 진지하게 희망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반 총장과 아베 총리는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 건설과 여성 인권을 위한 노력 등을 강조했지만 군위안부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