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 당시 위급한 순간에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구조 영웅 김동수씨가 자살 시도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오후 8시 43분께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본인의 집에서 손목을 자해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김씨가 딸에게 발견되었다. 김씨는 자신도 모르게 칼을 빼내들었다고 한다.

칼을 보는 순간 '이 쓸모도 없는 손, 잘라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화장실로 들어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것.

김씨의 딸이 곧장 경찰에 신고, 김씨는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귀가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일 오전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출발하기 전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제주에 있으면서 정말 괴로운 것은 주변 사람들이 세월호가 모두 해결된 것인 듯 왜 그때의 일을 못 잊느냐고 말하는 것"이라며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창문만 봐도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너무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라며 씁쓸히 말하면서 괴로워했다.

제주에서 화물기사일을 하던 김씨는 세월호 사고 당일도 화물차에 짐을 싣고 제주로 가는 여객선에 차를 적재한 뒤 2층 화물 기사들이 머무르는 선실에 있다가 배가 45도 이상 기울자 탈출을 하기 위해 갑판으로 올라갔고, 피해 학생들 또래인 고등학교 2학년 생인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 학생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파란바지를 입고 소화호수를 몸에 묶은 채 10여명 이상의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 앞장섰다.

김씨는 소화호수를 몸에 묶고 올라오기 힘든 학생들에게 소화호수를 던져서 이들을 구조하는 등 사투를 벌이다, 배에 물이 차서 더 이상 학생들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구조선에 옮겨탔다. 그러나 구조선에 몸을 실은 후에도 주위 학생들을 챙겼다.

그러나 김씨는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출하면서 입은 치아부상과 근막통증증후군으로 인해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고, 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공황장애와 극도의 불안이 심해져 횡설수설하며 정신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김씨는 세월호 사고의 고통으로 화물기사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원이나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긴급생계비 108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나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구조를 위해 애쓰다 얻은 상처와 후유증에 대한 병원비는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의 의사·상자 신청을 했지만 관련 서류가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때의 충격으로 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카락도 모두 잘랐고, 몸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일 때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모든 생활이 끊겼다.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은 학원비를 아끼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애들 엄마도 일을 나간다"며 "이곳저곳 병원치료를 다니느라 정부에서 달마다 나오는 108만원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국회에도 갔고 도청에도 가서 하소연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세월호 특별법은 생존자는 뒷전이고 유가족이 먼저가 됐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무엇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평소 "영웅, 의인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무의미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세월호 의인이 정부의 엉터리 대책과 무대응 사후처리로 자살 시도를 한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