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올라타고 있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벽을 타고 오르고 있을까?"
인도의 만연한 시험 부정행위를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CNN, BBC, 뉴욕데일리뉴스 등 국내외 언론과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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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고교 입학 자격시험(10학년 시험)이 치러진 인도 동부 비하르 주 하지푸르의 한 고사장 밖에서는 시험 시작 종이 울리자 600여명의 가족과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시험 부정행위를 돕고자 이른바 '커닝 페이퍼'를 전하기 위해 5층 고사장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근처에 경찰도 있었지만,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인도 NDTV는 전했다.
경찰이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부정행위를 눈감아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모습은 이곳뿐 아니라 사하르사, 챠프라, 바이샬리 등 비하르 주 곳곳의 고사장에서 목격됐다.
이 시험은 비하르 주의 1,200개 고등학교에서 10학년들(한국에서는 중3 학생) 140만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을 잘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받는 압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인도에서 이러한 장면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시험 부정행위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 노골적임과 뻔뻔스러움에 있어서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비하르 주 교육 당국은 18, 19일 이틀간 부정행위로 515명의 학생을 고사장 밖으로 내보냈으며 학부모 7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P.K. 샤히 비하르 주 교육장관은 공공연한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14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부모와 자녀들과 사회의 협조가 없이는 공정한 시험이 불가능하다"며 "이것은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샤히 장관은 취재진에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이 있으면 말해 달라"며 "정부가 총이라도 쏴야 하나"며 짜증 섞인 반응도 보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 부모와 가족들이 이렇게 시험을 도와주면 학생들의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교사에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했는데 고난도의 시험이 출제되니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주 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낸 라지마니 프라사드 신하는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답을 쓰겠나"며 "어떻게든 시험만 통과하고 보자는 게 대다수 마음"이라고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말했다.
CNN은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핵심적인 키라고 전했다.
앞서 인도 마투라 시의 한 아버지는 학교에 시험이 보기 싫어서 출석하지 않으려고 하는 8살짜리 딸을 초콜릿이나 장난감 등으로 설득하다가 되지 않자 오토바이에 줄로 둘둘 감아서 태운 뒤 학교로 끌고 가는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