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에 가담한 뒤 이달 초 이라크의 한 도시 라마디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화이트 지하디' 호주 청년 제이크 빌라디(18)의 아버지 존은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고 가디언, BBC뉴스,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사건 이후 침묵을 지켜오다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입을 연 존은 22일 저녁 호주의 한 TV 시사프로 '60분(60 Minutes)'에서 "지하디스트들에게 제이크는 전리품(trophy)이었으며, 이전에 무슬림 배경이 없는 백인 청소년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을 온라인을 통해 자랑하고 흐믓해했다"고 비난했다.

또 "자신들의 명분에 아들을 이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이냐"면서 "그들은 내 아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을 살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존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는 내 아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행동에서 뭣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6남매 중 막내였던 제이크는 어릴 때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까다로운 아이였고, 폭력물에도 심취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이 여러 차례 이혼했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제이크와 연락 된 것은 제이크의 엄마인 전 부인이 사망한 후인 2013년이었다.

수줍음이 많고 외로움을 잘 탔지만 영민하고 얼굴에 미소를 띤 학생이었던 제이크는 무신론자였으나 엄마가 사망한 후 급속도로 이슬람에 심취했고 컴퓨터로 IS의 선전물을 보면서 과격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고, 결국 비행기를 타고 시리아로 떠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 IS의 선전물에 등장하는 '포스터 보이'(poster boy)가 되기에 이르렀다.

제이크는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슬림으로 개종했다고 밝혔으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의자에 나가 떨어져 앉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존은 "아들이 우울증으로 인해 무슬림이 됐다고 말했다"고 기억하고 한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가 최근에야 연락이 닿았다면서 아들과 화해를 시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들은 온라인으로 신병모집에 응했으며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가 과격화됐다는 사실도 몰랐다"면서 "총을 옆에 두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아들은 지하디스트도, 테러리스트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제이크의 가족들은 제이크의 죽음, 그리고 장례를 치를 시신도 없는 것으로 인해 현재 슬픔과 분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편, 호주 정부는 지금까지 약 90여명의 호주인들이 이라크나 시리아로 떠났으며, 그 중에 20여명은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는 이들 국가로 여행하는 호주인들에 대해 징역 10년 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