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9월까지 월 600억 유로, 총 1조1,0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진행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유로존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현재 10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는 상태인데, 그동안의 경기 침체로 인한 타격이 워낙 커 경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성과를 내더라도 구조적 실업은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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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년 실업률은 워낙 심각한 수준이라 회복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유로존 경제 성장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대출 여건들이 완화되고 있고 동시에 기업의 투자 목적 대출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 성장을 높일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수년간 계속돼온 경기 침체와 정체 때문에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어도 혜택을 입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1월 현재 11.2%에 달하는데, 유로존 경기가 양적완화로 인해 살아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고용을 크게 늘릴 만큼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당분간 유로존의 실업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CB에서도 양적완화가 끝나는 내년 9월 이후에도 실업률이 두자리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는 최근 내놓은 전망치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15년 1.5%, 2016년 1.9%, 2017년 2.1% 등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경기가 서서히 회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말 유로존 실업률은 9.9%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 성장에도 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지난 6년에 걸친 장기간의 유로존 위기가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취업 기반을 손상시킨 탓에 유로존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더라도 실업률이 7.2% 이하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청년 실업 문제로,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이 스페인과 그리스는 50%를 웃돌고, 이탈리아도 40%를 넘는다. 청년 2명 중 1명은 놀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독일은 7.1%로 양호한 상태다.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루크레치아 라이히린 교수는 "유럽은 지속된 고실업률 때문에 노동시장의 탈숙련화를 보여왔다"면서 "유로존 경기 회복을 믿지만, 완만한 회복세일 테고 이는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을 복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