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해 '본질 흐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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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사과의 입장을 밝혀야 하며, 이에 따라 의회 연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정치·외교 관련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자 소식지의 "왜 단어(인신매매)가 문제가 되는가"라는 글에서 아베 총리의 인신매매 표현 논란과 관련, "어떤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어떻게 들리느냐 하는 것은 각국의 뉘앙스와 문화적 해석에 따라 다르다"면서 "영어 사용자(미국인)에게 특정한 뜻을 의미하는 어떤 단어가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는 원뜻 그대로 번역돼 전달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래피킹'(trafficking)이라는 영어 단어가 한국이나 일본의 '인신매매' 단어보다 훨씬 강력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동시에 '역사 부정자'(일본)를 비판하는 이들이 '아베 총리가 의도적으로 영어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로 이해하도록) 불명확하게 표현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넬슨리포트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의 관료, 언론은 아베 총리 의회 연설의 단어 하나하나를 정밀 분석할 뿐 아니라 아베 총리의 의도와 진정성에 대해서도 엄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면서 "이와 동시에 아베 총리 연설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주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정부 역시 아베 총리의 연설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넬슨리포트는 특히 "한국인들은 아베 총리로부터 '불행한 일과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두리뭉실한) 말이 아니라 '제국주의 일본이 이런 구체적인 일들을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를 원하는 것"이라면서 "'고통을 가한 주체'가 누구냐, 그것(주체에 대한 입장 표명)이 오랜 정체상태를 푸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과연 미 의회 연설에서 (위안부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할지, 그것이 이번에 그에 대한 점수가 매겨질 시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