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소득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3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보수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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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전 장관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평범한 가정들이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CEO들은 직원에 비해 평균 300배가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 발언이 힐러리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중도적 경제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진보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초기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대선 출마 동영상에 등장했던 자레드 밀라드는 "진보진영의 압박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은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이번 발언이 자신처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경제정책을 수용하기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힐러리가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런 상원의원은 대형 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수십년간 대기업 CEO와 일반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천양지차로 벌어지면서 소득불평등 및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지난 1965년에는 CEO의 보수가 일반 직원에 비해 약 20배가 많았지만 지난 2013년에는 거의 300배나 많았다.

12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CE0는 지난해 직원의 2,238배나 되는 연봉을 받았고, MS의 사티아 나델라 CE0도 직원들보다 2,012배의 연봉을 받았다.

오라클의 설립자이자 CEO인 로렌스 엘리슨은 1,183배, 퀄컴의 스티븐 몰렌코프는 1,111배, 스타벅스 설립자이자 CEO인 하워드 슐츠는 1,073배 많은 연봉을 각각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과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월가의 투자 귀재가 소득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비핏 회장이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확연하다"면서 "포브스 선정 세계 400대 부자를 보면 지난 1982년 이들의 부가 합쳐서 순기준 920억 달러이던 것이 현재 2조3,000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인의 1인당 소득이 5만4,000달러로 전 세계 1위이며, 아메리칸 드림도 여전히 많이 실현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가 태어났을 때에 비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배나 늘어났음에도, 온갖 계층의 많은 이가 여전히 뒤져 있음이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최근 워싱턴D.C.에서 '경제적 이동성'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더 많은 경제적 기회와 이동성 부여가 경제 활성화를 촉진한다"며 "어떤 정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적 사다리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동성이란 개인이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를 뜻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소득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정책을 어떻게 운영해야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될 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앞서 지난해 10월 연준 콘퍼런스에서도 "미국의 소득 불균형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었다.

연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상위 10%의 2013년 소득은 1989년보다 34% 증가한 반면 중산층(40∼60%)은 고작 1%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편, 힐러리 전 장관은 대선 운동의 첫발을 내딛는 아이오와주로 비행기 대신 '스쿠비'라는 별칭이 붙은 GMC의 밴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워싱턴D.C.에서 아이오와 까지는 1,600㎞, 차량으로 16시간 거리다.

전세기를 타고 다니며 고액의 강연료를 챙기면서 표적이 되곤 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