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눈속임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대규모 리콜 명령을 받은 폴크스바겐의 주가가 폭락했다.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에서 전날보다 무려 18.60%나 폭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낙폭으로,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무려 약 140억 유로(약 158억2,136만 달러, 18조6,138억원)나 증발했다.
이날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장중 한 때 23%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앞서 EPA은 18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눈속임했다면서 48만2,000대에 달하는 디젤 차량에 대해 리콜(회수) 명령을 내렸다.
EPA는 폴크스바겐이 미국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VW와 아우디 상표의 디젤 승용차에 '차단 장치'(defeat device)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차량이 정기검사나 실험실 테스트를 받는 중에는 가스 배출 여부를 탐지, 가스를 제거하는 시스템이 최대한 가동되도록 하는 것으로, 실제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배출 억제 시스템이 꺼진다.
이에 따라 문제의 차량이 실제 주행 때 배출하는 산화질소의 양이 차량검사 때보다 최대 약 40배까지 많았다는 게 EPA의 설명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에서 차량 리콜은 물론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4기통 디젤차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힌 상태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로 인해 끼친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제타'· '비틀'·'골프'는 2009년형부터 2015년형까지, '파사트'는 2014~2015년형까지, 아우디 상표 'A3'는 2009~2015년형까지다.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감소로 고전하며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폴크스바겐은 이번 대규모 리콜과 판매 중단으로 돌이키기 힘들 정도의 큰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리콜과 판매 중단 대상 차량은 지난 8월 미국에서 팔린 폴크스바겐그룹 차량의 무려 23%에 달하는데다, 혐의가 사실로 확정되면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까지 부과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연구원은 AP통신에 "50만 대 가량의 차량 리콜에 수백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며 "여기에 브랜드 가치 훼손과 벌금으로 인한 손실이 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조사가 예상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21일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배출가스 정보 조작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환경부 대변인은 "(미국에서와 같은) 유사한 조작이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이뤄졌는지 연방자동차청이 조사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