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소국이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며 영연방에서 탈퇴한 감비아가 이슬람 국가임을 선언했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야흐야 자메(Yahya Jammeh·50) 감비아 대통령은 자국을 이슬람 국가(Islamic Republic)로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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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 대통령은 12일 대통령실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감비아는 종교적 정체성과 가치에 따라 이제 이슬람 국가임을 선포한다(I proclaim Gambia as an Islamic state)"고 공식 선언했다.

이어 "감비아는 전능한 알라의 손에 있으며, 오늘부로 우리는 이슬람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감비아가 세속주의 국가에서 신정일치의 이슬람 국가가 됐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의미다.

자메 대통령은 또 "무슬림 다수 국가로서, 감비아는 식민지 유산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비아는 영국 식민지였다가 1965년 독립했다.

그러나 종교와 관계 없이 모든 감비아 시민의 권리는 보호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감비아 내 기독교 공동체의 권리도 존중받고 이들이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여성에 대한 복장 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메 대통령은 "나는 그 누구도 '이슬람의 경찰'로 임명하지 않았다"며 "여성의 복장 단속은 그들의 관리하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슬람 국가로서 정부 정책의 변화나 구체적 행동 지침도 언급하지는 않았다.

세네갈 인근에 있는 감비아는 전체 인구 180만명 가운데 약 95%가 무슬림이다. 기독교인과 토속신앙인이 나머지 극소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비례로 볼 때 사실상 이슬람 국가로 봐야 할 국가지만,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라고 공식 선언한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앞으로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소수에게 정치적인 압박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틀 전 수도 반줄로부터 서쪽으로 15km 떨어진 브루푸트 마을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도 이슬람 국가를 공개 선언했다.

당시 그는 "이슬람은 감비아 대부분 시민의 종교이며, 이 나라는 식민주의의 유산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국민과 대화 투어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자메 감비아 대통령은 29세이던 지난 1994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후 21년째 철권통치를 해 왔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그는 특유의 부풀어 오른 흰색 가운 차림에 코란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을 자주 비치면서도 인권·언론 탄압 등으로 서방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된 이후 '깜짝 발언'을 계속 내놔 이목을 끌었다.

2007년에는 약초(herb)를 이용한 에이즈(AIDS) 치료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10월에는 '신식민지'라고 주장하면서 영연방 탈퇴를 선언했고, 지난해 3월에는 "우리의 언어를 써야 한다"며 영어 대신 토착어를 공용어로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비아는 전통적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강한 경제적 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약화돼왔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감비아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면서 지원금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도 했었다.

영연방 탈퇴 선언, 영어 대신 토착어 공용어 사용 선언과 이번 이슬람 국가 공식 선언도 이와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디 사네(Sidi Sanneh) 전 감비아 외교부 장관은 "자메 대통령은 심각한 인권탄압과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개발 자금을 고갈시켰다"면서 "개발 원조를 계속해서 받기 위한 대체 국가를 찾으면서 아랍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자메 정권의 비밀 경찰 등이 고문, 재판없는 사형 집행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감비아를 세계서 가장 억압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규정했다.

주산업이 농업과 관광업인 감비아는 유엔개발지수에서 전 세계 187개국 중 165위에 올라 있는 빈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