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무슬림들이 스위스 국기에 있는 흰색 십자가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 무슬림 출신 평화 운동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인 슈밧 닷컴(Shoebat.com)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으로, 무슬림 등 다문화 사회인 스위스에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운동은 배후에 있는 무슬림 단체는 '세콘도스(Secondos)'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스위스 국민들을 상대로 스위스 국기를 무슬림들에게 덜 공격적인 국기로 변경하자는 전국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뉴욕의 싱크탱크인 게이트스톤인스티튜트(Gatestone Institute)는 스위스 국기를 바꾸자는 이 제안이 스위스 정당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으며, 스위스의 반이민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인 스위스국민당(Swiss People's Party, SVP)의 실비아 플뤼키거(Sylvia Flückiger) 의원은 이 요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서 "스위스 국기에는 변경할 것이 없으며, 다음 단계는 무엇이겠는가? 무슬림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위스 헌법을 바꾸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위스국민당은 지난 2015년 10월 총선에서 득표율 29.4%로 전체 200석 중 65석을 차지하면서 스위스 총선에서 단일 정당이 거둔 성과로는 한 세기 만에 가장 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지난 2009년 이슬람 첨탑(미너렛)을 새로 건설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국민투표를 제안해 이를 통과시켰으며, 2014년에는 이민 제한에 대한 국민투표도 제안해 이를 통과시켰었다. 

기독민주당(Christian Democrats, CVP)의 마리안느 빈더(Marianne Binder) 대변인도 "스위스 국기는 스위스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민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여기에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 우파인 급진자유민주당(Free Democrats, FDP)의 스테판 브루프바처(Stefan Brupbacher) 대표는 "완전히 넌센스"라면서 "스위스 십자가는 가장 성공적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성공과 품격의 상징"이라면서 "우리는 스위스에 대한 사랑으로 이를 더 굳게 붙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에는 소셜 미디어에 무슬림들의 스위스 국기 변경에 대해 비판하는 온라인 글이 올라왔는데, 특히 무슬림들이 스위스 국기를 불태우는 듯한 사진이 첨부돼 큰 논란이 일었었다.

그러나 이 국기는 스위스 국기가 아닌 덴마크 국기이며, 국기를 불태운 곳은 스위스가 아니라 파키스탄이었다.

또 이 사진은 약 10년 전인 지난 2006년에 촬영된 것으로, 덴마크 신문에 게재된 이슬람 최고 선지자인 무함마드에 대한 카툰에 항의하기 위해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덴마크 국기를 불태웠었다. 무슬림들이 불태운 것은 스위스 국기가 아니라 덴마크 국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