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미성년자인 13세의 러시아계 소녀를 납치해 집단강간했다는 논란을 둘러싸고 독일과 러시아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CNN,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독일에 있는 러시아 커뮤니티의 강력한 반이민 시위를 촉발시키고 있으며, 러시아 언론들도 분노를 표하고 있고 러시아의 크렘린(Kremlin)궁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리사 F(Lisa F)'라고 알려진 이 13세 러시아계 소녀는 지난 11일 베를린에서 학교에 가는 길에 실종됐다가 30시간 가량 뒤에 발견됐다. 

소녀의 가족은 실종 신고를 했고, 소녀는 다음날 나타났다.

러시아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소녀가 남쪽으로부터 온 아랍계 난민으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납치돼 집단강간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소녀의 이모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이 여성은 소녀가 실종된 이후 30시간이 넘도록 다수의 남성들에 의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사건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고, 최근 독일에서 일어난 무슬림 난민에 의한 집단 성폭력 파문과 관련해 13세 러시아계 소녀도 비슷한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은 독일과 러시아 양국 정부의 신경전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독일 경찰은 성관계가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납치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녀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에서 상호 동의하에 합법적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는 14세여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두 남성을 아동학대로 조사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폭력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14세 이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는 성폭행은 아니며 아동학대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 경찰의 이 같은 발표가 나온 후 독일 내 러시아계 주민들 사이에서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여론이 들끓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 러시아 외무장관까지 나서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독일 측에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 말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26일 "소녀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사라지기로 결정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진실과 정의가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종의 이유로 사건이 오랜 기간 은폐됐다"면서 "이 문제가 양탄자 아래로 먼지를 쓸어 넣듯 숨겨지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독일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독일 정부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라고 러시아에 경고하고 나섰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외교장관은 27일 "이미 독일에서 난민과 관련해 어려운 논쟁이 진행중인데 러시아는 사건을 정치적 선전에 이용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러시아 당국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에만 집중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독일 정부는 또 대변인을 통해 베를린시 사법당국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갈 어떤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천명의 러시아인들은 독일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독일 전역에서 거리로 나와 독일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면서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위험 가운데 있다", "내 아이에게서 손을 떼라"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특히 30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관사에 약 700명의 러시아 시위대들이 모여 항의 시위를 펼쳤다.

또 다른 러시아 시위대들은 베를린은 물론 독일의 남부 지역에서 난민 숙소 밖에서 시위를 펼쳤다.

이와 관련 BBC는 러시아가 이전에도 관영 매체를 동원한 선전전으로 발트해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을 동요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이번 사건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관계가 나빠진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코너에 몰려고 비슷한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0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을 받아들였으며, 이로 인한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후 강력한 반난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