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수십만명이 난민 적격 여부 심사가 너무 늦어진다면서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난민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권한은 독일 정부에게 있고, 난민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는데,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들여줘서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소송까지 당하는 딱한 신세가 됐다.
30일 독일 공영 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독일 내무부는 늑장 난민 자격 심사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난민 수가 지난해 말 44만명을 돌파했으며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이민난민청(BAMF, Federal Office for Migration and Refugee)은 공식적으로 난민 신청자에 대한 적격 심사 기간을 3~6개월로 잡고 있지만, 지난 2014년 이후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지난해에는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최소 수십만 명의 신청서류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난민 자격 심사에는 신청자의 신원 등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 검토에서부터 지문 확인, 언어분석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여기에다 테러에 대한 우려로 심사를 더 꼼꼼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민들은 기약없이 심시 기간이 길어지자 하루라도 빨리 심사를 받기 위해 정부 기관이 난민 수용을 위한 의무를 제 때 이행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법규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소송 원고들은 아프가니스탄(560) 출신이 가장 많고, 이라크(337), 에리트레아(217), 시리아920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14년 이전에 도착한 이들로, 2015년 대량 난민 사태가 발생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2015년 1월에 이미 약 20만 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난민들이 폭증하면서 110만명에 가까운 난민이 몰려든 현재는 어떤 상황이 됐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2013년에도 접수된 서류들의 약 60%가 처리되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다.
그리고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서류가 11만 건에서 44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난민이 대량으로 갑자기 몰려들면서, 독일 정부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난민들을 돕는 독일의 인권단체들은 그러나 난민들의 법적 소송을 지원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난민지원단체 '프로 아쥘(Pro Asyl)'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막시밀리안 피흘(Maximilian Pichl) 변호사는 "당사자들과 변호인들은 소송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독일에 도착한 난민이 100만명이 넘지만 실제 신청 서류를 접수한 난민은 44만여 명으로 그보다 훨씬 적다면서 "이민청이 신청서를 내라고 '초청'하기까지 6개월씩 시간이 걸리고 일부의 경우 처리에 2년씩이나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인력을 증원하는 등 노력했으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한다.
내무부는 난민 관련 인력을 40% 늘리고 현장사무소 20곳을 신규설치하는 한편 심사기간이 너무 늦어진 사례 처리 업무에 별도로 400명을 투입했다.
난민들을 받아들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난민들로부터 법적 소송을 당하는 독일 정부의 입장이 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