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두번 째 관문이자 풍향계인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9일(이하 현지시간)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반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는 두 후보에 큰 격차로 패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선 경선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는 다음 경선 결과에 따라 샌더스나 트럼프 후보가 경선을 주도해나갈 수도 있어 보인다.

비주류 아웃사이더이자 정치 경험에서 뒤지는 두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은 미국 정치의 일대 격변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0일 개표가 92%까지 진행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샌더스 의원이 60%를 얻어 38.3%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1.7% 포인트의 큰 격차로 압도적으로 눌렀다.

역시 개표가 92% 진행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가 35.2%를 획득해 15.8%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19.4% 포인트 차로 크게 제쳤다.

크루즈 의원은 11.7%로 3위에 그쳤고, 아이오와에서 근소한 차이로 3위를 차지했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10.5%)은 5위로 밀렸다.

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1%)가 존재감을 보이면서 중도 타락의 위기는 면했다.

뉴햄프셔에서 샌더스와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미국 대선 경선전은 혼돈으로 빠져 들었다.

아이오와주에서 사실상 동률을 보였고, 뉴햄프셔에서는 압승을 거둔 샌더스 후보는 앞으로 계속해서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힐러리 전 장관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앞으로 경선전이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공화당도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의원은 승리 연설에서 "이번 승리는 유권자들이 진짜 변화를 갈망함을 보여주었다"며 "이곳 사람들은 낡은 기성정치권과 기성 경제계에 미국을 맡기기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초반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곧바로 패배를 공식 인정하며 샌더스 의원에게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주에서 모든 표를 얻기위해 싸울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공화당도 트럼프 후보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 의원에게 당했던 일격을 단번에 만회하면서 다시 돌풍을 재점화했다.

다음 경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후보가 무난하게 공화당 대선후보로 떠오를지, 크루즈 후보 등과 접전 양상을 벌일지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승리 후 "미국을 위대하게,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중국, 멕시코, 일본이 우리 돈과 일자리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고 아주 크고 강한 군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케이식 주지사가 뉴잉글랜드 최대 일간지인 보스턴글로브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며 '깜짝 2위'를 한 것도 눈에 띈다.

이제 네바다 코커스(20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7일), 12개 주가 동시에 실시하는 '슈퍼화요일'(3월1일) 경선이 앞으로의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뉴햄프셔 경선 결과에 대해 몇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샌더스 후보가 압승한 것에 대해서는 힐러리 전 장관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유권자들의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샌더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정치 경험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정치 경험은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햄프셔가 클린턴 전 장관을 버렸으며(지난 2008년 당시에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줬었다.), TV 토론회가 앞으로 대선 경선에 있어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노동자 계급 백인 투표자들이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트럼프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거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고 했다.

여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밖에 무슬림과 이민자들이 앞으로 대선에 관건이 될 것으로 봤으며,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를 놓고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는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