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람 테러단체가 부활절을 기념하려던 어린이 등 기독교인들을 겨냥해 끔찍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 생명의 절기인 부활절을 피와 죽음, 사망으로 물들였다.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州) 주도인 라호르(Lahore)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부활절인 27일(현지시간) 이슬람 테러단체인 탈레반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져 최소한 72명이 숨지고 약 300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망자는 대부분 기독교인이며 어린이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인터넷판과 크리스천포스트, BBC 등에 따르면, 무슬림 테러범 1명은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라호르 도심에 있는 굴샨-에-이크발 공원 출입구 앞에서 자폭했다.
출입구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어린이들이 타는 그네가 있었다.
BBC는 공원의 인근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으며, 부활절을 기념하려는 기독교인들로 인해 평소보다 사람들로 더 북적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공원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신이 도착했을 때 공원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파키스탄기독교협회의 의장인 윌슨 코드리(Wilson Chowdhry)는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은 지역의 공원에서 부활절 등을 온 가족이 함께 기념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드리 의장은 "폭탄은 (부비트랩처럼) 볼베어링이 가득 들어 있었다"면서 "(어린이들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니쉬(Danish)라는 이름의 목격자는 "공원의 구내식당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면서 "모두가 패닉 상태가 되어서 뿔뿔이 흩어졌고, 시신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목격자는 AFP통신에 20여명의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갔다면서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비통해했다.
공원 맞은편에 사는 자베드 알리는 강력한 폭발로 공원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자신의 집 창문도 깨질 정도였다며 "모든 것이 흔들렸고 사방이 먼지로 자욱한 채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펀자브 주 구호 당국은 최소 72명이 사망했다며,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자폭테러범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으며, 폭탄에 사용된 볼 베어링도 찾았다.
폭발 이후 구급차 20여 대가 출동했지만, 대규모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함에 따라 많은 부상자가 택시나 삼륜차(오토릭샤)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펀자브 주당국은 시민에게 헌혈을 촉구했으며, 병원에는 헌혈하려는 시민이 대거 몰렸다.
굴샨-에-이크발 공원은 어린이들이 탈 놀이기구가 많아 평소에도 많은 주민이 자녀와 함께 나들이 장소로 찾는 곳이다.
이날은 특히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인들이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인 자마툴아흐랄(Jamaat-ul-Ahrar)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면서 기독교인들을 공격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정부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조직의 대변인 에흐사눌라 에흐산은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인을 공격했다"며 "우리가 라호르에 입성했다는 소식도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텔레반은 파키스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보고 파키스탄에 이슬람주의에 입각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마툴아흐랄은 지난 7일에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의 차르사다 지역 법원에서 자폭 테러를 저질러 1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단체는 이슬람 수니파 조직 IS(이슬람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었다.
샤리프 총리는 "무고한 생명이 숨진 데 대해 비통함과 슬픔"을 나타냈다.
아심 바지와(Asim Bajwa)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고한 형제·자매와 어린이들을 살해한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며 "이같은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가 우리의 삶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펀자브 주당국은 비상사태와 사흘간의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파키스탄 전국 사립학교 연맹은 28일 하루 학교를 휴교하기로 했다.
또 이번 테러 모의에 가담한 자마툴아흐랄의 다른 대원들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비겁한" 테러를 규탄하며 파키스탄 당국과 테러 척결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샤리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테러 대응에 협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들은 서구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응하고 나서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테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오픈도어선교회의 데이빗 커림(David Currym) 대표는 성명을 통해 "오늘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는 특히 부활절을 기념하는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한 전 세계적 박해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잃어버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면서 "서구 세계가 서구에서만 일어나는 공격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의 잃어버린 생명들도 유럽과 미국의 생명들만큼 소중하다. 우리는 동일하게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 다 함께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 박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기독교 지도자들도 부활절에 어린이와 여성들을 겨냥해 이뤄진 이번 테러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청은 이번 테러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며 비난했다.
앞서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일 파키스탄 유일의 기독교도 장관인 캄란 마이클 해운항만부 장관과 사르다르 유수프 종교부 장관을 바티칸에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교황도 이를 수락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1억9천700만 인구의 97%가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여 전체 인구의 1.6% 정도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수년간 소수인 기독교인들을 향한 공격과 박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2013년에는 한 교회에 자살폭탄테러 공격이 발생해 8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