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신부를 테러해 충격을 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테러를 본격적으로 예고하고 나서 우려된다.

IS에 충성을 맹세한 나이지리아의 자생적 이슬람 테러단체이자 IS의 서아프리카 지부인 보코하람의 새 지도자를 모든 교회를 상대로 자살폭탄테러를 벌여 기독교인들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선언한 인물로 교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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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IS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선전매체인 아랍어 신문 '알 나바(al-Nabaa)'를 통해 보코하람의 전 대변인인 아부 무사르 알-바르나위(Abu Musab al-Barnawi)라는 인물을 보코하람의 새로운 최고지도자인 '왈리(Wali)'로 거명했다.

이슬람 과격단체 감시 매체 '사이트(SITE) 정보그룹'에 따르면, 알-바르나위는 '알 나바'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모스크를 겨냥한 공격을 끝내고 더 많은 교회들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하며 향후 자살폭탄테러의 전략적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또 앞으로 무슬림들은 덜 죽이고 기독교인들을 더 죽이겠다고 했다. 앞서 보코하람은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보코하람에 동조하지 않는 무슬림들도 살해해왔다.

알-바르나위는 "기독교인들이 나이지리아 사회를 기독교화하려고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내전으로 피난길에 오른 난민들의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그들에게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자녀들을 기독교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원들은 부비트랩과 우리가 공격할 수 있는 모든 교회에 대한 폭탄테러를 통해 그들의 복음전도의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모든 기독교인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그동안 시장이나 서양 교육에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학교를 대상으로 무차별 자살폭탄테러를 벌여왔으며, 특히 테러 지역이 무슬림이 많은 북부 나이지리아에 집중돼 기독교인들보다 무슬림들이 더 많이 사망했다.

IS가 기독교인들 살해를 천명한 인사를 보코하람의 새 최고지도자로 교체한 것과 관련, 최근 프랑스 성당 테러를 저지르는 등 종교전쟁을 부추기고 나선 IS의 전략적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이슬람무장단체 전문가인 제이콥 젠(Jacob Zenn)은 이번 지도자 교체와 관련, "보코하람의 한 분파인 안사루(Ansaru)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급진 이슬람 조직의 주도권이 알카에다에서 IS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코하람의 기존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Abubakar Shekau)는 보코하람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IS가 밝힌 같은 날 밤 자신이 여전히 보코하람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보코하람의 지도자이며, IS의 발표는 쿠데타로 간주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2009년 사망한 보코하람 설립자 모하메드 유수프(Mohammed Yusuf)에 이어 보코하람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지목된 알-바르나위는 설립자인 유수프의 아들이라고 나이지리아 애널리스트 앤드류 워커(Andere Wlker)가 말했다.

자신이 셰카우라고 밝힌 이 남성은 4일 10분 분량의 유튜브에 올린 음성연설을 통해 알-바르나위를 비난하면서 IS 최고지도자인 칼리프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가 "알-바르나위는 이교도(신을 믿지 않는 자)이며 허위의 교의를 설파하고 있으며, 나의 교의에 대해 써서 보낸 내 서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내 서신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교묘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IS 지도부에 8차례에 걸쳐 서신을 보냈지만, 이번에 선전매체를 통해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셰카우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보코하람이 다시 알카에다 쪽으로 복귀하고 셰카우를 따르는 세력과 알-바르나위를 따르는 세력 간에 무력 충돌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보코하람의 내분이 격해지는 가운데 IS가 나서서 현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IS와 보코하람의 불화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했다.

IS는 셰카우가 이끄는 보코하람이 무슬림을 겨냥해 폭탄테러를 벌인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코하람은 지난해 7월 나이지리아의 한 모스크를 급습해 무슬림 40명을 죽였는데, 셰카우는 당시 무슬림을 공격하는 방침에 항명한 내부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모던 시큐리티 컨설팅 그룹의 총무인 얀 세인트 피에르(Yan St-Pierre)는 뉴욕타임스에 "이것은 매우 공개적인 분열"이라면서 "다른 단체들처럼 보코하람이 약해질 수도 있을 것이며, 나이지리아 정부군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셰카우는 지난해 3월 IS 지도자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했으며, 이후 보코하람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최초의 IS 지부가 됐다. 보코하람은 이전에는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었다.

보코하람은 최근 6년 동안 2만여 명을 살해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테러단체로 지목되고 있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방언인 하우사어로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국가 수립과 샤리아(이슬람 율법)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외국인 납치와 자살폭탄테러, 여아 납치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2013년 11월 알카에다와 연계된 보코하람과 그 분파인 안사루를 테러 집단으로 공식 규정했다.

셰카우는 지난 2009년 보코하람의 최고지도자가 됐으며, 이후 보코하람의 테러 공격은 더 잦아지고 끔찍해져 2만 명 이상이 살해당하고 22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수천명의 여성들이 납치되고 성폭행 당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5월 나이지리아 북부의 치복에서 여학생 200여명을 납치해 충격을 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