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구금된 미국인의 석방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국내 4년여간 동결된 원유 결제 대금을 이란에 돌려주기로 했다.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10일(현지시간)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며 이번 미국과 이란 협상에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해제하는 것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외신이 밝힌 '한국에 동결된 자금'은 2019년 5월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 등에 발이 묶인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뜻한다.

현재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9조2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핵개발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로 2010년 이후 외국기업의 이란의 석유·가스 분야의 달러 투자는 사실상 차단된 상태였다. 당시 한국 정부가 달러가 아닌 원화 결제계좌를 만들어 이란과의 거래를 정리 중이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한-이란 간 원화 결제 계좌마저 닫히게 됐고 미처 정리되지 못한 상당한 규모의 원유 수입 대금이 그대로 국내에 발이 묶이게 됐다.

일단 한은에 개설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당좌예금 계좌에만 수조 원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은행은 한은에 지급준비금 적립 대상 채무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무적으로 예치(지준금)한다. 이 비율을 넘어선 무이자 자금은 초과 지준금이라고 한다. 별도 이자는 없다.

이란 멜라트은행이 예치한 지준금과 초과 지준금을 합한 규모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대부분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다.

이와 별도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우리은행에 동결된 자금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에 들어가 있다.

정확하게 공개된 적은 없지만 한은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모두 합하면 7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이란 외무부와 외신 등을 통해 흘러나온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이 이런 동결 자금에 대한 해제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란 중앙은행과 멜라트은행이 원하면 이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결제 대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동결자금은 이번 협상 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카타르의 계좌로 옮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동결이 해제되는 원화 규모가 작지 않지만 당장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기에 대규모로 동결 자금이 인출될 경우 이론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 등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이는 이란 측에 유리한 수가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