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횡재세 도입에 찬반 양론 팽팽히 맞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고물가, 재정 적자 등에 따른 국민 고통을 경감시키고 이에 따른 세수(稅收)를 확대하기 위해 특정 기업군의 초과 이익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windfall tax)'를 속속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고유가가 이어지자 에너지 기업 등 일부 업종에만 횡재세를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금융, 제약, 식품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으로 횡재세를 확대하는 경향이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찬반 논란도 팽팽이 맞서고 있다. "전례없는 전쟁과 고물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지원할 수단이자 양극화 해소 도구"라는 찬성론과 "시장경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이중 과세 겸 재산권 침해 행위"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특히 해당분야의 기업들은 "초과이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손실을 볼 때는 국가가 보전해줄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EU 27개국 중 24개국 동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외같은 횡재세 부과는 유럽연합에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계법인 KPMG, 미 조세전문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 등의 자료를 인용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횡재세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지난해 엄청난 이익을 거둔 에너지 업계가 대표적인 횡재세 대상이다. 루마니아와 스페인은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이미 에너지 업계에 대한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전쟁 발발 후 영국, 독일, 헝가리 등도 '연대 기여금'을 명목으로 속속 횡재세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이익이 급증한 금융업계, 식품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본 식품·유통업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호황을 누린 제약업계 또한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됐다.
현재 헝가리는 에너지 외에도 금융, 제약, 항공업계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이익을 거둔 식품·유통업체로부터 33%의 횡재세를 걷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7일 내각회의에서 고금리로 기록적 수익을 낸 은행에 올해 한시적으로 40%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특별법을 승인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4일 현지 주요 일간지 공동 인터뷰에서 "은행을 징벌할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도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지만 예금 금리는 올리지 않아 왜곡이 발생했다"고 부과 결정 배경을 밝혔다.
횡재세를 거둬 고금리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을 돕는 데 사용하겠다며 이는 옳은 것을 뿐 아니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아티아는 아예 2022년 기준 4000만 유로(약 58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낸 모든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불가리아도 전방위적인 횡재세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