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램 리서치 장비 공급 중단에 대응...부품 국산화에 돈 쏟아부어"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미국 장비를 중국산으로 대체하고자 자국 장비 업체들과 밀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SCMP는 YMTC가 자사에서 널리 쓰고 있는 미국 램 리서치의 장비를 대체할 중국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최근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의 논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램 리서치는 지난해 미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후 중국 본토 고객들에 대한 장비 공급과 서비스를 중단했다.
많은 반도체 장비는 정기적인 유지 관리와 부품 교체를 해야 하는데, YMTC 보유 장비에서 교체가 필요한 많은 부품은 웨이퍼를 고정하는 부품인 정전척(ESC·Electrostatic Chucks)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YMTC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YMTC 천난샹 회장은 지난 6월 상하이 '세미콘 차이나 콘퍼런스'에서 "일부 국가의 지정학·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현재 격동의 시기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와 미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이어 "YMTC는 합법적으로 구매해온 부품과 부분들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다"며 장비의 인도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는 공급업자들은 고객으로부터 장비를 되사가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해당 발언은 미국 장비 공급업자들에 한방을 먹인 것"이라며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미국의 무역 규제는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상호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달 말 깜짝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는 미국의 제재를 뚫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내장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인 것으로 알려져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반도체는 화웨이가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제조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6년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된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희망이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인 테크인사이트는 YMTC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00단 이상의 3D 낸드 플래시를 생산해냈다고 주장했다.
테크인사이트는 "YMTC가 엑스태킹 232단 낸드 플래시를 생산했음을 발견했다"며 "코로나19 봉쇄,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첨단 기술은 YMTC를 세계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경쟁자로 만든다"고 평가했다.
YMTC는 미국의 제재로 우한에 계획한 두번째 웨이퍼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 자금 지원으로 오랜 기간 해외에서 조달해온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SCMP에 말했다.
YMTC는 지난 3월 '대기금'(공식 명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 국영 투자자들로부터 70억달러(약 9조 3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소식통은 YMTC가 부품 국산화에 실패할 경우 장비 유지 보수와 부품 교체 부족에 따른 생산율 저하로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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