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5배 길이 '가자 메트로'...민간인 '인간방패' 우려도
아프간 알카에다·북베트남도 과거 지하터널·땅굴 활용
이스라엘-가자 분쟁 지역 인근 지하터널을 이동하는 하마스 무장대원의 모습

하마스 터널

(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이 지하터널.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궤멸시키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하마스의 최후저항선이 될 수 있는 거대한 지하터널이 주목받고 있다.

15일(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인근 이집트에서 물품을 밀수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여러 지하 터널로 유명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와 별개로 하마스가 구축한 또다른 지하 터널 네트워크인 일명 '가자 메트로'가 존재한다고 말해왔다.

이스라엘군 정찰기와 드론(무인기)의 감시를 피해 최고 깊이 수㎞의 거대한 지하 미로를 건설, 인원과 물자를 운반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할 로켓 등 무기와 지휘통제시설 등을 갖추는데 써왔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하마스는 2021년 이 터널의 총길이가 500㎞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총연장 350km의 서울 지하철의 1.5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2007년 이후 이곳을 봉쇄해 왔던 까닭에 하마스는 중장비 없이 기본적인 자재만으로 이런 터널을 구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하마스가 민간 용도나 인도적 목적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지하 터널 건설용으로 전용한다고 비난해 왔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부터 지킬 방공호나 조기경보 체계 구축을 외면한 채 터널 건설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전력상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상대하려면 게릴라전과 같은 비대칭 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하마스 입장에서 이런 터널은 매우 매력적인 도구가 돼 왔다고 CNN은 평가했다.

비슷한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지하 터널을 구축했고, 베트남 전쟁(1955∼1975년) 당시에도 북베트남이 대규모 땅굴을 활용,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런 과거 사례와 달리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특히나 공략불가의 요새로 만드는 요인은 이 시설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의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와 주변 지역에 거의 200만명 가까운 주민이 몰려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지하전술 전문가 대프니 리셰몽-바라크 교수는 "터널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렇지만 도시 구역이라면 모든 게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천5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어 있다"면서 가자 주민들이 사실상의 '인간방패'로 쓰인다고 규탄해 왔다.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선에 늘어선 땅굴 탐지용 시추장치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선에 늘어선 땅굴 탐지용 시추장치[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은 그런 상황에서도 하마스 제거를 위한 표적 공습을 지속했다.

그 결과 15일까지만 최소 2천67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밝혔다.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와 대규모 전면전을 벌였을 때처럼 이번에도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가자지구 일대의 지하터널을 파괴하려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에는 유엔을 통해 110만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가자시티 등을 떠나 남부로 피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으나, 일부 주민은 하마스에 가로막혀 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민간인 전원이 소개됐다고 해도 지하터널을 파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리셰몽-바라크 교수는 지적했다.

항공기를 동원한 폭격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억류 중인 인질이 199명에 이르는 까닭에 선뜻 이를 택하기 힘들고, 매복이나 부비트랩 등의 위험 때문에 병력을 내부로 투입하기도 어려워서다.

한편, 관련국들은 심각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막기 위한 외교적 행보에 분주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17일 이스라엘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로 구성된 아랍연맹(AU)은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속한 아프리카연합(AL)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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