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인도적 휴전" 호소...이란·러·中 휴전 지지
이스라엘 "하마스는 나치, 휴전 불가"...美도 '일시중지'만 언급

가자지구

( 피폭으로 인해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군사행위 중단을 두고 국제사회가 둘로 나뉘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휴전을 촉구했고 중동·아랍 국가들과 러시아·중국도 휴전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고 미국도 인질 석방이 먼저라며 휴전보다는 군사행위의 '일시 중지'에 방점을 뒀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즉각적 휴전을 호소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일부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반입됐지만 "전체 필요량이 바다라면 반입된 구호품은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 완화와 구호품 전달, 인질 석방을 위해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근본 원칙이 돼야 한다며 "100만명에게 피난처도, 음식도, 물도, 약도 없는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한 뒤 그곳을 계속 폭격하는 것은 민간인 보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도 즉각 휴전을 촉구했고 러시아도 아랍권이 지지하는 대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휴전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자국이 주도한 안보리 휴전 촉구 결의안을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이 부결시킨 것을 비난하고, '즉각·무조건적 휴전' 내용이 빠진 미국의 결의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국가들의 압박이 거세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새로운 나치"로 지칭하며 휴전을 거부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하마스를 마지막 한 명까지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하마스 파괴는 이스라엘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주장했다.

또 아랍권 등의 휴전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당신의 존재 자체를 죽이고 파괴하겠다고 맹세한 자들과 휴전하는 데 동의할 수 있느냐"며 일축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도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강조하면서 휴전은 하마스만 돕게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先) 석방 후(後) 휴전 논의'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가자지구로 구호물자를 들여보내기 위한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 중지'(humanitarian pause)를 주장했으나 이는 유엔과 아랍권이 요구하는 즉각적인 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 내에서는 휴전과 관련해 회원국의 입장이 갈린다.

EU 27개국 외교장관들은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인도주의적 일시중지'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도출하지 못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는 데 비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상대적으로 이스라엘 자위권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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