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파키스탄서 매년 여성 1천명이 명예살인에 희생"

파키스탄에서 10대 소녀가 소셜미디어 동영상에서 소년들과 춤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친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dpa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코히스탄 지역 경찰은 전날 친부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친부는 지난 24일 자택에서 16∼17세 딸에게 총을 여러 번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 국기

(파키스탄 국기)

문제의 동영상에는 피해 소녀가 또래 여자친구와 함께 소년들과 춤추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4∼5일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해당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래 여자친구도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조치를 취하는 한편 친부에게 '명예살인'을 지시한 마을 원로회의 관계자들도 체포하기 위해 쫓고 있다.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이슬람권에서는 마을 원로회의 결정 등에 따라 집안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집안 구성원이 해당 구성원을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살인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국 국경과 가까운 산악지대인 코히스탄 지역에서는 2011년에도 소셜미디어 동영상에서 소년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5명의 소녀가 원로회의 지시로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 인권단체인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약 1천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에 희생되고 있다.

HRCP 관계자는 파키스탄 당국이 2016년 명예살인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도록 허용하는 이슬람 관련법 조항을 일부 삭제하는 개정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명예살인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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