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좀비·영세 기업들은 이미 고금리 여파 체감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저금리 당시의 자금 조달 덕분에 4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의 순 이자 지급 비용이 3분기에 1천368억1천만 달러(약 176조2천억원)를 기록, 분기 기준 1980년대 이래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의 순 이자 부담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에 6천485억6천만 달러(약 835조6천억원)로 고점을 찍었고,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에는 5천157억1천만 달러(약 664조4천억원)였다.
해당 자료는 미국 민영기업들의 이자 지급액과 이자 소득을 비롯해 로열티, 임대료 지급액 등을 반영한 것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0.2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공격적으로 인상해 지난 7월 22년 만에 최고인 5.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이윤이 줄어들고 경기가 수축할 것이라는 통념과 다르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아직은 고금리 여파를 피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저금리 시기에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했고,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잉여현금을 투자로 전환해 이자 수익을 늘린 덕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조만간 바뀔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좀비 기업이나 영세 기업 다수는 고금리 여파를 체감하고 있으며,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대기업들도 회사채 만기나 대출 차환 시 비용 상승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로서는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파산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회사채 1조3천억 달러(약 1천674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3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정크 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6% 수준인데 지금 회사채 발행 시 9%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만기인 정크 등급 회사채는 8%에 불과한 만큼 당장 차환에 나서야 하는 자금 규모는 크지 않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여력이 안 되는 영세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나온 매출이나 법인 신용카드, 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도 이미 높은 금리를 체감하고 있다.
다만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내년 중반까지 연준의 목표치인 2% 부근으로 연착륙할 것으로 지난 9월 예측한 바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도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경우 한계 기업들도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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