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역사적인 일"...일각 "경제력 대비 임금수준 낮은 편" 분석도

멕시코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0% 높이기로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노·사·정에서 함께 참여하는 전국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20% 인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측 12명, 사업주 측 12명, 정부 관계자 1명 등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207.44페소(1만5천657원·이하 1페소=75.48원 기준)인 하루 최저임금은 내년 1월 1일부터 248.93페소(1만8천789원)로 오른다.

북부 미국 접경지대의 경우 하루 312페소(2만3천549원)에서 375페소(2만8천305원)로 조정된다.

월 환산액으로 따지면, 미 접경지대 이외 지역은 7천500페소(56만6천100원)로 지금보다 14만원 안팎 인상되는 수준이다.

2018년 12월 출범한 진보좌파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렸다. 그중 20% 인상은 2020년과 올해에 이은 세 번째 사례다. 2022년의 경우엔 22%로, 최근 40여년 새 최고 인상률이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은 "제 임기 중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8년 88.15페소(6천653원)에서 182% 인상됐다"며 "정부 출범을 하면서 했던 제 약속, 최저임금을 2배 가까이 올리겠다는 제안을 이행하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인상 폭은 크지만, 멕시코 최저임금 수준은 여전히 낮다.

멕시코에서는 노동자의 20%가량이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고 현지 경제전문지인 엘에코노미스타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월 기준 멕시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26%로, 올 1월 7.91%에서 지속해 하락 추세에 있다.

지난 4월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고인 11.25%로 유지 중인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방시코)은 내년 초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최저임금 변동에 따라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인상 폭은 커 보이지만, 브라질에 이은 중남미 경제 규모 2위이자 미국 인접 국가로의 기업 이전(니어쇼어링) 효과를 누리고 있는 멕시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임금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예컨대 우루과이의 경우 멕시코 페소로 환산하면 월급 기준 9천450페소(71만원 상당), 에콰도르는 7천740페소(58만원 상당)로 멕시코보다 많다. 칠레 역시 8천600페소(65만원 상당)까지 점진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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