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예멘 수도 사나 등 공습...'홍해 도발'에 결국 후티 거점 타격
후티 "보복" 예고·이란 일단 침묵...'저항의 축' 대응 변수될 듯

미국이 12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거점을 공습하면서 그간 경고해온 '강력 대응' 카드를 끝내 꺼내들었다.

미국이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발발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이란의 대응에 따라 가자 전쟁은 중동 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이날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과 관련한 예멘 내 표적을 공습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전했다.

후티가 장악한 거점인 예멘 수도 사나에서도 폭음이 수차례 들렸다고 이들 외신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않아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이 홍해 상선을 노린 공격에 "방어적 대응"으로 후티 표적을 성공적으로 공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습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았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을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번 공습에 중동의 '반미 맹주'인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때렸다는 것은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 입장에서는 적어도 이번 갈등에 개입할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에는 하마스, 이라크 시아파 무장정파(민병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함께 후티 반군도 포함돼 있다.

이날 공습에 후티는 즉각 피격 사실을 인정했으며, 아직 이란 측에서는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공습 직전 후티 수장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어떤 미국의 공격도 대응 없이는 지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신의 뜻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했다.

이란은 앞서 새해 첫날 홍해 입구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하고 '전면전 태세'를 선언하며 미국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웠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자료화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6일 "오늘날 우리는 적과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며 "적군은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과 이란이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편에서 서로 '맞불'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주고받으면서 자칫 이번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중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이 고조됐다.

앞서 중동 순방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공습이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10일 후티의 홍해 위협이 "이란의 지원과 사주를 받았다"며 이란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살얼음판 속에서 이 같은 확전 가능성을 의식한 듯 미 당국자 사이에서는 이번 공습의 후폭풍을 진화하려는 발언도 나왔다.

미국의 한 고위급 당국자는 이번 공습 직후 "상황을 고조시키려는 어떤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공습 직후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2.4% 뛰어 배럴당 74달러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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