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北무기 구입 망설이던 국가들에 메시지 보낸 것"
北무기거래 안보리 제재 위반...48개국 외무장관 "북러거래, 강력 규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북한산 탄도미사일 사용이 북한의 무기수출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목)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근래 러시아에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과 복수의 발사대를 제공했으며,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6일에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집된 미사일 파편을 분석한 결과 미 당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테큼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들 탄도미사일의 발사 시험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서방 방공망을 상대로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의 무기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 거래 위험이 커진 데다 전통적인 수입국이었던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싼 미사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주춤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린 우크라이나전에서 북한산 무기의 성능이 노출된 게 북한 김정은 정권에 새로운 무기 수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 곳곳에 군사 무장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으로는 무기를 사들일 수 없는 국가나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산 무기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토비 달튼 핵정책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런 (미사일) 시스템에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이는 캐시카우(외화벌이)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다랴 돌지코바 연구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산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북한산 무기 구매를 망설이는 잠재 구매자들에게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경을 통할 경우 거래가 차단될 가능성이 작고 유엔 제재에 직면할 위험도 낮다는 메시지를 러시아가 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주장일 뿐 증거가 없다며 무기 거래를 부인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반면 한미일 등 48개국 외무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9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러 간 탄도 미사일 거래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북한산 탄도미사일 사용을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