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속력 없는 결의" 불지펴...中 대사·유엔측 "구속력 있다" 반박
국제법상 학설 대립...ICJ, 구속력 인정하면서도 "사안 따라 결정"
이행 강제 적시안돼 '불씨'...이, 2016년 '서안 정착촌 건설 중단' 결의도 위반

유엔 안전보장위원회가 25일(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 구속력 여부를 두고 유엔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구속력 없어" 발언에 '시끌'

논란의 시발점은 이번 결의를 두고 "구속력이 없다"고 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발언이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연합뉴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후 발언에서 "우리는 이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결의의 중요한 목표 중 일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뒤이어 발언한 사무엘 즈보가르 주유엔 슬로베니아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 결의의 구속력을 상기하며 이 명확한 결의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한다"며 상반적 입장을 내놨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도 이어진 회의 발언에서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다"며 "우리는 당사자들이 유엔 헌장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거들었다.
안보리 공식회의가 끝나고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시 말하지만 첫째 이것은 구속력이 없는 결의다"라면서 "그래서 하마스를 쫓는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반면 파르한 하크 유엔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이다. 이런 범위에서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과 같은 구속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미국 '결의문 표현 불충분' 입장...유엔헌장 25조, 학계 해석도 분분

이 같은 논란이 촉발한 배경에는 결의문에 담긴 휴전과 관련한 표현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제안해 채택한 결의문에는 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다"(demands an immediate ceasefire)고 명시했다.

미국 측은 이번 결의문에 "휴전의 필요성에 대해 (안보리가) 결정한다"(decides on the necessity of a ceasefire) 등 '결정'이라는 표현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에 결의문에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일부 외신은 전했다.

미국의 주장은 유엔 헌장 25조의 해석을 둘러싼 국제법 학계의 오랜 논쟁과도 연결돼 있다. 유엔 헌장 25조는 '유엔 회원국은 이 헌장에 따라 안보리의 결정(decisions)을 수용하고 이행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행 강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어 논란의 '불씨'가 된 상황이다.

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엔 헌장 25조의 문구를 안보리의 모든 결의가 이행 대상이라는 뜻이라고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흐름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5조의 규정과 함께 안보리에서 채택하는 각각의 결의문 문구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법률 전문가인 마무드 다이팔라 흐무드 주유엔 요르단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구속력 논란' 질의에 "유엔 헌장 제25조는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한다"며 "(결의문) 용어는 이 조항에 근거한 구속력 있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결의 문구에 따라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ICJ는 1971년 나미비아 문제와 관련한 자문의견에서 "안보리의 결의 문구는 그것의 구속적 효과에 관해 결론을 내기에 앞서 조심스럽게 분석돼야 한다"며 "헌장 25조에 따른 권한의 성격 관점에서 그것이 실제로 실행됐어야 했는지는 각각의 사안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관건은 강제이행 수단 확보 여부..."안보리 이행 강제 못해"

결국 법적 구속력 여부와 맞물려 해당 대상국에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안보리 결의가 국제법으로 간주되고, 중대한 정치적·법적 무게감을 가지지만 안보리가 이행을 강제할 수단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대상국이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와 같은 방식으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이같은 수단 역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장벽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6년 안보리는 이스라엘에 서안지구내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같은 '강제 수단' 부재 문제는 안보리 결의 뿐 아니라 국제법 전반이 가지는 한계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앞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집단 말살)를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치를 취하라는 임시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안보리는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를 개전 이후 처음으로 채택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으나,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은 기권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부분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기권표 행사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나타내는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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