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회의에 러 초청..."어조 변화, 트럼프 2기 대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점치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 의향을 시사하며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제2차 평화회의를 추진한다면서 이 회의에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평화회의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으로 성사된 회의체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달 열린 1차 회의에 러시아는 불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2차 평화회의에는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 방송은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장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국의 최대 우군인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조 변화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허브스트 전 대사는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테이블에 오른 협상안이 정의롭다면, 기꺼이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출범할 가능성이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다가가려고 시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부국장 오리시아 루체비치도 협상이 러시아가 요구하는 조건대로만 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항복으로 귀결돼서도 안 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내년 1월 취임 이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무기 제공을 중단하는 방안을 참모들에게 보고받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에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부통령 후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멈추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당한 평화협정을 강요하면 '루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달 15일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협력하겠다. 걱정하지 않는다"며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3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당하자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 안전하다는 소식에 안도한다"며 쾌유를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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