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대·병원 등에 삼엄한 경계령...주민엔 "보호구역 머물러라" 권고
이란서는 공습시 비상 계획 등 아무 지침 없어...시민들 '불안·혼란' 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예고로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양국 당국은 물론 국민들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공격을 방어하고 대응에 나설 준비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 대한 실시간 문자 메시지 전송 등 전 국가적인 공습경보 시스템도 확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민들에게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당부하면서 "우리는 방어와 공격 모두 준비돼 있다. 우리는 적들을 공격하고 우리 자신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이스라엘 남부 도시에 있는 한 방공호

(이스라엘 남부 도시에 있는 한 방공호.  AP 연합뉴스 )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최근 이 단체 최고위급 지휘관이 공습을 받아 숨진 것과 관련,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다수 이스라엘 지역 당국은 주민들에게 비필수 활동을 줄이고 보호 구역 근처에 머물며 대규모 모임은 피할 것을 권고하면서 방공호와 물 공급을 확인하고 있다.

구급 당국과 각 지역 병원도 지하 시설에 혈액을 비축하고 공장들은 위험 물질을 치우며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헤즈볼라와의 충돌도 격화하면서 이미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그러나 이제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이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 등 보다 깊숙한 곳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대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이파에서는 공격이 있을 경우 원격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공공 방공호에 디지털 시스템을 설치했고, 발전기도 갖췄다. 다수 지하 주차장은 필요시 수천명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대피소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도시의 한 병원은 환자 치료를 위해 3층 규모의 지하 시설을 요새화했다.

이스라엘 중부 람라의 구급대는 센터에 추가로 콘크리트 벽을 세우고 방폭문과 에어로크(기밀실)를 갖추고 혈액 기부를 받으며 대비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 당국은 연료와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을 공언한 이란에서는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수도 테헤란과 다른 도시 거리에서는 아직까지는 충돌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7일 전했다.

특히 이란인들은 만약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이 커질 경우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당국의 지침이 없어 불안하고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의 보복 공격에 이스라엘이 맞대응할 경우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어떤 지침도 내놓지 않고 있다.

임시 대피소도 없고, 공습 훈련이나 비상시 보급품 비축 권고, 공습 시 병원 비상 계획도 나온 것이 없다.

한 테헤란 주민은 "우리는 어둠 속에 있다. 당국자들이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위성TV 뉴스 프로그램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민간 항공기에 이날 밤부터 8일까지 몇시간 동안 자국 일부 지역에서 군사 훈련이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이집트 등은 자국 항공사들에 이란 상공을 비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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