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립·韓-나토 관계 증진 가능성...비확산체제 최대 위기 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것은 전략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3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북한이 러시아에 보낼 병력의 수는 한도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일단 북한이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서방 국가 중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럽과 더 밀접했지만, 유럽 국가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관계 유지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평양을 행진하는 북한 인민군

(평양을 행진하는 북한 인민군. 연합뉴스)

차 석좌는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군대를 보내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며 "김정은의 전략적인 결정은 장기적으로 북한과 유럽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차 석좌의 분석이다.

한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비살상무기만 지원했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이상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은 북러 관계 동향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비살상무기만 제공해온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차 석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과 나토의 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차 석좌는 내다봤다.

한국은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과 함께 나토의 인도·태평양 4개국(IP4) 파트너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차 석좌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파병은 중국으로서도 불편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반갑지 않고, 북한의 파병이 향후 한반도나 중국 주변에 대한 미군 배치와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파병 결정을 "중국이 아닌 러시아에 다 걸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를 향해 불만을 드러낼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차 석좌는 중국이 탄환 제조 등에 사용되는 석유코크스 등의 북한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차 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 식량이나 연료보다 더 비싼 대가를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舊)소련 시절부터 북한이 원했던 첨단 군사 기술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은 예전부터 미국의 방공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과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결국 북한의 파병은 핵무기 비확산 체제에 최대 위기로 이어지는 포석이 될 수도 있다고 차 석좌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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