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계속되는데 아무것도 안해"...英보수당 의원 "미친 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주 회동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들 역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와의 만남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마크롱은 내 친구이고, 나는 (스타머) 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상황을 몇 년 동안 지켜봐 왔다"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테이블에 유럽이 낄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듭 "솔직히 젤렌스키가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가 지금까지 협상에서 매우 못했기 때문에 그건(젤렌스키의 협상 참여)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과 프랑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발언에 지난해 6월까지 영국 정부를 이끌어 온 보수당의 한 의원은 "미친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방금 트럼프의 발언을 들었다. 정말 미친 소리"라며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에게 가서 전쟁을 멈추는 것뿐 아니라 가끔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트럼프는 도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고 있는 건가. 그는 정보 출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4일, 스타머 총리는 27일 미국 워싱턴을 차례로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라이브 방송하며 내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 앞에서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며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이와 다소 다른 어조를 취할 것이라고 영국 관리들은 설명했다.

한 영국 관리는 일간 가디언에 "마크롱은 유럽연합을 대표해 가는 것"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약간 다르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스타머 총리의 보다 폭넓은 접근 방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야기하는 빈번한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대신 우크라이나 보호와 관세 회피라는 실질적 목표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스타머 총리는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유럽 평화유지군을 지원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인터뷰에서 영국이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이런 배치에는 미국의 '방어벽'(backstop)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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