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주의 단체들 "구호 활동에 대한 군사적 통제...참여 거부"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가자지구 점령을 포함한 새로운 지상 작전 계획과, 구호물자 배포 통제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호 계획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로부터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불러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5일(현지시간), "이번 전쟁 계획에는 가자지구를 정복하고 해당 지역을 점령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다만 점령 범위가 가자 전역을 포함하는지, 일부 핵심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3월 일시적 휴전이 무산된 이후 이스라엘이 취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이전에는 하마스 주요 거점을 급습한 뒤 철수했으나, 이로 인해 하마스가 재진입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영토를 계속 점령하며 하마스의 재건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번 점령 계획은 3월 초 신임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가 임명된 이후 가속화됐다. 이스라엘 국방안보포럼(IDSF) 설립자인 아미르 아비비는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종료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강화해왔다. 인도주의 구호 및 상업 물자 반입을 전면 중단하고 공습과 소규모 지상 작전을 병행해왔다. 이번 작전 계획에는 수천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도 포함되어 있으며, 필요시 수만 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이 모든 구호물자 반입을 금지한 이후 가자 내 식량, 연료, 깨끗한 식수, 의약품 등이 심각하게 부족해져 약탈 행위까지 증가하고 있다. 북부 가자지구 베이틀라히야 주민 무함마드 알라이얀(57)은 "봉쇄 이후 어떤 구호도 받지 못했다"며 "두 칸짜리 집에 열한 명이 한 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가자지구 내 6~10곳의 구호물자 배급소를 설치하고, 미국 민간 보안업체의 보호 아래 배급을 재개하는 계획도 승인했다. 이는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전쟁 자금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 같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과장됐다"고 반박하며, 인도주의적 필요성이 위험성을 훨씬 능가한다고 지적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 올가 체레브코는 "이스라엘이 지정한 배급소를 통해 물자를 받으려면 민간인들이 교전 지역을 통과해야 하며, 이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유엔을 포함한 여러 구호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구호 계획은 생존 필수 물자를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통제하려는 것으로, 인도주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배포를 통제하는 것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물자가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국제 구호단체 간의 갈등은 지난해 말부터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스라엘은 UNRWA가 무장세력을 고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UNRWA는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3월 말 팔레스타인 구급요원 15명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지휘 위반이 있었다"며 일부 책임을 인정했으며, 유엔 직원 1명이 이스라엘 전차 사격으로 사망한 사실도 뒤늦게 시인했다. 2024년 4월에는 비영리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 소속 직원 7명이 공습으로 숨져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타격 기준과 작전 규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