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전투 준비 완료" 선언... 하지만 미군 전력에 비하면 '무력한 과시'
베네수엘라가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로 카리브해에 전개된 미군 군사력에 맞서 병력과 민병대를 대거 동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민병대"를 내세워 미국에 대한 도전 의지를 과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금난과 훈련 부족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군은 미군의 압도적 전력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은 전투 준비 완료"... 선전전 총동원
마두로 정권은 선전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영 방송과 라디오, SNS에서는 "미국은 약탈적이고 나치와 같은 국가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빼앗으려 한다"고 선동하면서, "국가 방위를 위해 군이 전면에 나섰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방송에는 노년층과 중년 여성 등으로 구성된 민병대가 장애물 코스를 뛰고, 철조망 밑을 기어가며, 소총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125,000명 규모로 알려진 정규군은 행진과 무기 운반 장면이 공개되며, 러시아제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는 영상도 함께 전파를 탔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지지자들 앞에서 "국민은 전투를 준비했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 1980년대 이후 최대 군사 배치
전문가들은 "이번 미군의 증강 전력은 본격적인 침공을 위한 수준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 내 마약 운반선이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기에는 충분한 규모"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마약 운송선에 대한 폭격"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미군은 베네수엘라 북쪽 카리브해 지역에 첨단 무기를 배치했다.
8척의 해군 구축함과 1척의 공격 잠수함, F-35B 전투기, P-8 포세이돈 정찰기, MQ-9 리퍼 드론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육군 특수부대 '나이트 스토커스(160항공연대)'가 투입되었으며, 일부 대형 수송헬기와 공격헬기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불과 90마일 떨어진 곳에서 훈련비행을 하고 있다고 미 당국자는 밝혔다.
이 부대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일에는 B-52 폭격기가 베네수엘라 북쪽 라 오르칠라 섬 인근 상공을 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은 지난달 마두로 군이 전투 훈련을 진행했던 지역으로, 폭격기는 정찰과 폭격 모두가 가능한 중무장 항공기다.
미군은 최근 마약 운반선으로 지목된 선박 5척을 공습해 27명을 사살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테러 위협 제거"라고 주장하지만 일부 미 의원들은 "초법적 처형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두로 "그리용들의 노예가 되길 원하는가"
미군 움직임에 대응해 마두로는 군 수뇌부를 거느리고 공개적으로 '전투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그는 원주민 사회를 대상으로 민병대 추가 모집을 명령하며 "그리용(미국인)의 노예가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라"며 군중을 선동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쟁취할 준비를 하라"고 외쳤다.
또한 정부는 오랜 기간 베네수엘라 내에서 활동해온 콜롬비아 무장단체 **ELN(민족해방군)**의 존재를 이용해 반정부 시위를 억누르고 주요 지역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콜롬비아 전 정보요원 알베르토 로메로는 지적했다.
"평화의 나라지만, 지킬 땐 맹수다"
마두로의 측근이자 실권자 디오스다도 카벨로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 등 핵심 인사들도 군 복장을 입고 전국 각지에서 방어태세를 점검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카벨로는 "세계는 베네수엘라가 평화의 나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라를 지켜야 할 때 우리는 맹수가 된다"고 말했다.
무너진 경제와 군 조직
한편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다시 추락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국내총생산이 3% 감소, 인플레이션이 **682%**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직 고위 장교들은 "군 조직은 이미 붕괴 상태"라고 말한다.
숙련된 장교들은 대부분 숙청당하거나 망명했으며, 현재 남은 병사들은 식량조차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망명한 전 육군 대령 에드워드 로드리게스는 "정권이 시간 벌기용 연막을 치고 있을 뿐"이라며 "미군을 겁주거나 기다리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망명 장교는 "8월 이후 실제 대규모 병력 이동은 없었다"며 "최근 해안에 배치된 병력은 원래 그 지역 주둔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두로 집권 이후 군은 외적 방어가 아닌 시위 진압 훈련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민병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칠 준비"
일부 민병대원들은 "미국이 공격하면 목숨을 걸겠다"고 다짐한다.
카라카스의 노동계층 지역 주민 블랑카 소토(55)는 "우리는 위협을 알고 있다. 니콜라스(마두로) 덕분에 얻은 사회복지를 잃을 수 없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CIA 작전 승인? 고맙다, 트럼프"
카벨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CIA의 베네수엘라 내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힌 발언을 조롱하며,
"CIA가 공식적으로 작전을 시작한다고 말해줘서 감사하다. 이런 일은 처음이군"이라고 TV 방송에서 비꼬았다.
"변화의 계기 되길 바란다"
한편 거리의 시민들 중 일부는 이번 미·베네수엘라 간 긴장이 오히려 정권 교체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카라카스의 주민 밀라그로스 캄포스(46)는 "두 달째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경제가 나아지려면 정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