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국가주석이 군부 최고 지휘권을 사실상 단독으로 장악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베이징의 전략 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군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으로 내부 견제 세력이 사라지며, 대만 문제에 대한 판단과 실행이 시 주석 개인의 의중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수뇌부 숙청과 권력 집중
시 주석은 불과 3년 전 직접 발탁했던 고위 장성들 가운데 대부분을 제거했다. 특히 그의 오랜 측근이자 '형님'으로 불리던 장유샤(Zhang Youxia) 장군의 체포는 중국 군 내부 권력 지형이 완전히 재편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시 주석의 결정을 조정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군 내부의 권위적 목소리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 통수권은 이제 중국 공산당 총서기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시진핑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으며, 대만 문제 역시 그의 판단이 곧 중국의 공식 노선이 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침공 대신 회색지대 압박 강화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대만에 대한 전면 침공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군 수뇌부가 급격히 교체되며 지휘 체계 안정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시 주석은 무력 충돌 직전 단계의 압박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해협과 인근 공역에서 반복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해상·공중 봉쇄를 상정한 시나리오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 압박과 사이버 공격, 심리전이 결합된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대만의 사회적·정치적 피로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전과 사이버 전선 확대
베이징은 군사적 위협과 병행해 이른바 법률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국내법을 근거로 대만 정치인과 활동가를 겨냥한 법적 책임을 거론하며, 대만인의 중국 본토 방문 자체를 위험 요소로 만들고 있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중국발 사이버 공격은 에너지와 의료 인프라 등 핵심 시설을 겨냥해 점차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는 무력 충돌 없이도 대만의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장유샤 숙청의 배경
장유샤(Zhang Youxia) 장군이 제거된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군 현대화 일정과 대만 유사시 대비 시점을 둘러싼 이견이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이 가능한 합동작전 능력을 확보하길 원한 반면, 장유샤는 보다 장기적인 시계를 선호했다. 이후 중국군 기관지에서 장유샤가 '주석 책임제'를 훼손했다는 강한 표현이 등장한 점은, 그가 단순한 부패 혐의가 아닌 정치적 도전자로 인식됐음을 시사한다.
미국 변수에 대한 베이징의 판단
시 주석의 자신감은 미국의 대응 의지에 대한 재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베이징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대만해협에서 고비용 군사 개입을 감수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조차 중국 내부에서는 안보 공약보다는 방산 산업 진흥 성격이 강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시 주석이 향후 미·중 정상회담을 대만 문제에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계산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맨 지휘체계의 위험
일부 전문가들은 군 최고 의사결정 구조가 사실상 비워진 상태에서, 최고지도자가 1인 체제로 대군을 통솔하는 방식이 오히려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객관적 조언과 내부 토론이 약화될수록 위기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을 완전히 장악한 시진핑의 대만에 대한 집착과 압박 기조가 약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중국 군부의 격변은 즉각적인 전쟁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만을 향한 압박이 보다 체계적이고 집요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