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내부 반란 조짐... 지도력 위기 확산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이 영국 정국을 강타하며 케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이미 여론조사에서 뒤처지고 있는 스타머 총리는 엡스타인의 오랜 지인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판단을 둘러싸고 노동당 내부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스타머 총리는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피터 만델슨(Peter Mandelson)을 주미 영국대사로 임명했다가, 미 법무부가 공개한 이메일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 지속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지난해 만델슨을 해임했다.
해당 이메일은 만델슨이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축소해 보고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내부 정보 유출 의혹까지... 스캔들 확산
이번 주 공개된 추가 자료는 파문을 더욱 키웠다. 2009년 당시 만델슨이 유럽 금융위기 국면에서 추진되던 채무 구제안과 관련된 시장 민감 정보와 정부 내부 문건을 엡스타인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정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정보가 사실일 경우, 엡스타인이 이를 이용해 내부자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경찰은 해당 이메일들이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만델슨은 이메일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지 않았지만, 엡스타인 피해자들에게는 사과했다.
"알고도 임명했다"는 인정... 당내 반발 격화
노동당 내 불만 세력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스타머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스타머가 엡스타인이 2008년 성범죄로 수감된 이후에도 만델슨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주미 대사로 임명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태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스타머 총리는 목요일 연설에서 "만델슨을 임명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그 관계의 깊이와 어둠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델슨이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도력에 대한 당내 의구심을 묻는 질문에는 생활비 위기 등 다른 정책 현안을 나열하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시장도 동요... 파운드화 약세
정치적 불안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스타머 총리가 더 좌파 성향의 노동당 지도자로 교체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하락했고 영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당장 스타머를 대체할 명확한 후계자가 없으며, 지도부 교체가 현실화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만델슨 임명 과정에서 그가 허위 진술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건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관련 문서 공개에 대한 감독 권한을 독립적인 의회 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이는 스타머의 당내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후계 구도 불투명... 리더십 위기 장기화 가능성
정가에서는 스타머가 당내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만델슨과 가까운 핵심 참모 모건 맥스위니(Morgan McSweeney)를 경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반란 세력이 실제로 성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스타머의 호감도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단기간 재임 후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와 같은 수준이다. 노동당은 현재 반이민 성향의 Reform UK에까지 지지율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지난 총선 이후 지지층이 급격히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지도자 후보로는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좌파 진영의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나 맨체스터 광역시장이었던 앤디 번햄도 잠재적 경쟁자로 언급된다. 다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스타머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동당 지도부 교체 절차는 복잡하다. 소속 의원 2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대안 후보와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재임 중인 노동당 총리가 당내 쿠데타로 축출된 전례는 아직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