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지하 미사일 기지가 이번 중동 전쟁에서 오히려 취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른바 '미사일 도시'로 불리는 지하 기지를 집중 공격하면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사 순간 포착해 타격...지하 전략 흔들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 및 무장 드론은 현재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 상공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미사일 발사 차량이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을 노려 공격하고 있다. 동시에 미 공군의 대형 폭격기들은 벙커 관통 폭탄을 투하해 기지 입구와 터널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진행 중이다.

이란의 지하 무기시설
(이란의 지하 무기 시설. ZUMA PRESS)

최근 위성사진에서도 이 같은 공격의 흔적이 확인된다. 지하 기지 입구 주변에서 파괴된 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잔해가 발견됐으며 일부 시설은 터널 입구가 붕괴돼 내부 무기가 사실상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개전 이후 500발 발사...그러나 급격히 감소

이란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 페르시아만 지역 목표물을 향해 5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다수는 요격됐고 최근에는 대규모 발사 횟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중동 지역 미군 최고 지휘관인 브래드 쿠퍼 미 해군 제독은 최근 브리핑에서 "남아 있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추적해 제거하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할 능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최근 4일 동안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약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기기 전략'의 역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미사일 도시' 전략이 구조적 약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위치를 숨기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하 기지에 집중 배치되면서 오히려 위치가 고정되고 공격 대상이 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몬터레이에 있는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샘 레어 연구원은 "과거에는 이동성이 있어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동성이 떨어져 공격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의 방공망 상당수도 무력화된 상태여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느린 속도의 정찰기를 장시간 띄워 기지를 감시하고, 활동이 포착될 때만 전투기나 드론으로 공격하는 방식의 작전을 펼치고 있다.

위성사진이 보여준 공격 장면

남부 도시 시라즈 인근의 미사일 기지 군집 지역은 여러 차례 공습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사진에서는 지하 기지에서 협곡으로 이동한 이동식 발사대들이 발사 전에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3월 2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파괴된 발사대 주변에서 붉은 연기가 포착됐는데 이는 미사일 연료인 질산이 누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발생한 화재가 협곡 일대까지 번진 흔적도 확인됐다.

이스파한 인근 기지에서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발사 차량이 위성에 포착됐으며, 인근 도로에는 공습으로 보이는 폭발 구덩이도 발견됐다. 다음 날 촬영된 사진에서는 터널 입구 여러 곳이 벙커버스터 공격을 받은 흔적이 나타났다.

남은 미사일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보유한 수천 발 규모의 중·단거리 미사일 상당수가 여전히 지하 기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인근 싱크탱크 CNA의 분석가 데커 에벌레스는 "이란의 정확한 미사일 재고를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이 불확실성이 이란에게는 전략적 이점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란은 지휘 체계를 분산해 지도부가 공격을 받더라도 미사일 발사가 계속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란 군 지휘관들은 파괴된 미사일을 새로 생산해 보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동식 발사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터널 입구 공격이 핵심 전략

이란의 대부분 미사일 기지는 지하에 있지만, 위성사진으로 식별 가능한 건물과 도로, 터널 입구가 존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이 시설들의 위치를 추적해왔다.

현재 미군은 주로 이란 남부 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공군은 북부 지역 시설을 타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브리즈 북쪽 기지의 경우 최근 위성사진에서 터널 입구가 붕괴된 모습이 확인됐다. 또 다른 인근 기지 역시 입구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지역의 코르고, 하지아바드, 잠 인근 미사일 기지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벙커버스터 부족도 영향

군사 분석가들은 이번 공격이 지하 시설 자체보다 지상 구조물과 발사대를 집중 타격하는 이유로 미군의 벙커버스터 폭탄 수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방어 미사일 재고가 고갈되기 전에 공격 능력을 최대한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필요성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미 육군 미사일 전문가 콜린 데이비드는 "공습은 여러 차례 파동처럼 반복되며 매번 2~3개의 목표를 파괴하는 방식"이라며 "지상 발사대와 구조물이 사라지면 기지는 사실상 기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지하 발사 사일로 실험도 있었지만 한계

이란은 일부 기지에서 미사일을 지상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발사할 수 있는 지하 사일로도 구축했다. 남부 호르무즈 인근 코르무즈 기지에는 9개의 지하 발사 구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산 측면에 뚫은 단순한 구조로 미국 기준에서는 매우 원시적인 수준이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이란은 현재 지하 사일로 발사 방식도 크게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란의 지하 미사일 도시가 "완벽한 방어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정밀 감시와 공습에 취약한 목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