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뉴욕 등과 합의...할리우드 판도 바꿀 초대형 미디어 합병 성사에 한발 더

파라마운트+·HBO Max, CNN·카툰네트워크 등 한 회사 아래로

합병 후 부채 약 800억달러는 부담...작가조합 소송도 남아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던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와 합의에 도달하면서 81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미디어 인수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 자료화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파라마운트가 캘리포니아와 뉴욕, 콜로라도 등 주정부 법무장관들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파라마운트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2개 주와 합의하면서 워너브러더스 인수의 주요 법적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 조건 전체는 즉각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라마운트가 당초 협상 과정에서 거론됐던 케이블 채널 강제 매각을 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는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이 추진해온 워너브러더스 인수에서 사실상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를 제거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라마운트+와 HBO Max 한 회사로

합병이 완료되면 할리우드의 가장 오래된 두 영화 스튜디오 가운데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가 하나의 회사 아래 들어가게 된다.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파라마운트+(Paramount+)와 HBO Max가 같은 그룹에 속하게 되며 CNN과 카툰네트워크(Cartoon Network)를 비롯한 수십 개 TV 채널도 한 회사가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 '해리 포터', DC 슈퍼히어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등 워너의 주요 프랜차이즈와 파라마운트의 '탑건', '미션 임파서블' 등 콘텐츠 자산이 결합한다.

이에 따라 오라클(Oracle)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은 영화·TV·스트리밍·케이블뉴스를 아우르는 거대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이끌게 된다.

엘리슨은 지난 2월 넷플릭스(Netflix)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인 끝에 워너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12개 주 "영화·TV 시장 경쟁 지나치게 줄어든다"

그러나 거래 발표 이후 반독점 논란이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가 이끄는 12개 주 법무장관은 지난 7월 파라마운트와 워너의 결합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정부들은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극장용 영화 배급과 케이블TV 프로그램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게 돼 경쟁이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법무부는 당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미국 극장용 영화와 기본 케이블 프로그램 시장에서 각각 약 3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주정부가 소송에서 제시한 반독점 논리다.

AP통신에 따르면 12개 주는 소장에서 합병이 할리우드 내 경쟁을 약화시키고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 창작자들도 반발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WGA) 역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WGA는 두 전통 미디어 기업이 합병할 경우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할리우드 작가들의 취업 및 경력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주정부들과의 합의와 별도로 WGA가 제기한 소송은 아직 남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인수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은 거대 미디어 기업 간 추가 합병이 콘텐츠 제작 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해왔다.

반면 캘리포니아 내 영화·TV 제작 일자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정치권과 극장업계, 일부 노동계에서는 소송을 장기간 이어가기보다는 파라마운트로부터 투자와 제작 확대 약속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극장업계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Cinema United)는 지난 8월 파라마운트와 캘리포니아주에 소송 해결을 위한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15억달러 투자 등 협상

합의 직전까지 파라마운트와 주정부들은 여러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파라마운트가 캘리포니아 영화·TV 제작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하고 일정 수준의 극장용 영화를 계속 제작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CNN의 편집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두거나 일부 케이블 채널을 매각하는 방안도 협상 대상으로 거론됐다. 로이터 역시 합의 직전 이 같은 조건들이 협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WSJ은 최종 합의에 따라 파라마운트가 케이블 채널을 강제로 매각하는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루 700만달러 '지연 비용'도 피할 수 있어

파라마운트 입장에서 합의를 서둘러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막대한 거래 지연 비용이었다.

파라마운트는 워너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래가 일정 시점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워너 주주들에게 추가 비용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거래가 10월 1일까지 완료되지 않을 경우 파라마운트는 워너 주주들에게 분기당 약 6억5,000만달러, 하루 기준으로는 약 700만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도 파라마운트가 9월 말 이후 거래가 지연될 경우 하루 약 700만달러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로 주정부 소송이 거래를 장기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게 줄면서 파라마운트로서는 상당한 재정 부담을 피할 길이 열린 셈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규제 승인도 잇따라

파라마운트는 그동안 인수를 완료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왔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규제기관에 이어 미국 법무부도 거래를 승인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부펀드들의 합병회사 간접 지분 보유와 관련된 승인도 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관련 국부펀드들은 거래에 상당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의결권은 갖지 않는 구조로 승인을 받았다.

합병 후 '800억달러 부채'가 새로운 과제

법적 장애물이 상당 부분 제거되더라도 합병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WSJ에 따르면 합병회사는 약 800억달러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이자 부담은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스트리밍 콘텐츠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가 필요한 만큼, 엘리슨이 합병 이후 대규모 부채와 콘텐츠 투자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지가 관심을 끌 전망이다.

파라마운트, 캘리포니아 떠날 가능성까지 거론

협상 과정에서 파라마운트는 주정부들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캘리포니아를 떠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WSJ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이르면 10월 1일부터 본사 기능 일부를 다른 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테네시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이를 법 집행에 나선 규제기관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의 영화·TV 제작업계는 다른 주와 해외 지역으로 촬영이 이동하면서 일자리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 미디어 기업의 본사와 제작시설까지 다른 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캘리포니아 정치권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소송을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져왔다.

이번 합의로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는 최종 완료를 향한 가장 큰 법적 고비 가운데 하나를 넘게 됐다.

다만 미국작가조합의 소송이 아직 남아 있고, 합병 이후 약 8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 관리와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