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하면 재건 지원...아니면 이슬람공화국 파괴할 수도"
"이란, 중간선거 결과 기다리고 있어...나는 출마하지 않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 조건 제시...미국도 "대화에 열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과 대규모 군사공격 사이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에 핵 프로그램 포기와 협상 복귀를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이 미국과 합의해 국가 재건의 길로 갈 수도 있지만, 협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이란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을 대폭 확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와 AP도 트럼프가 이날 연설에서 평화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을 군사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재건해 중동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이슬람공화국을 신속하게 파괴할 것인가"라는 취지로 말하며 자신이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란, 미국 중간선거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협상 여부를 결정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선거가 끝난 직후 결국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란 측이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앞으로 약 2년 반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겠지만, 이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간선거 결과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필요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미국 측 주장을 계속 부인해왔다.
트럼프 "협상 제안 거부한 것이 이란의 큰 실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협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이란에 핵 프로그램과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하는 대가로 전면적인 경제협력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를 이란의 "큰 실수"라고 표현했다.
이어 미국이 'Operation Midnight Hammer'를 통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뒤에도 다시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President Trump on the positive reforms the U.S. has completed at the United Nations and the potential the United Nations has as long as it stops imposing the far-left, globalist bureaucratic agenda.
— The White House (@WhiteHouse) September 22, 2026
WATCH: pic.twitter.com/mWdgMPXP5N
이와 함께 이란이 대규모 탄도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구축해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과 주변 국가들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파괴 정도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와 이란의 주장이 엇갈려왔다. AP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해왔다고 전했다.
"중동의 불량배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 정권을 중동 불안정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란을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라고 비판하면서 과거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작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국제적 위협을 장기간 방치하는 방식의 외교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위협을 외면할 때 그것에 맞섰다"는 취지로 자신의 외교정책을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약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AP는 트럼프가 이번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자신의 결정을 세계 정상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전했다.
미국, 이란 항구 봉쇄...110척 항로 변경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미군이 이란에 대한 군사·경제적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1일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작전 과정에서 지금까지 상선 110척의 항로를 변경시켰다고 밝혔다.
CENTCOM은 미 해군 구축함들이 이란 항구와 해안지역으로 향하거나 빠져나오는 상업 선박을 감시하면서 봉쇄를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가 전한 CENTCOM 발표에 따르면 9월 21일 기준 110척의 상선이 미국의 봉쇄 조치에 따르도록 항로를 변경했다.
미국은 이 같은 해상 봉쇄를 포함한 군사작전을 'Operation Epic Fury'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과 중동산 원유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협상 움직임도...이란 "호르무즈 7일 내 재개 가능"
그러나 유엔총회를 계기로 군사적 긴장과 동시에 외교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할 경우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온 이란 대표단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란은 지난 16일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전쟁 종식을 위한 제안을 전달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전쟁 이후 선박 운항이 크게 위축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란의 해협 재개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22일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루비오 "이란과 만날 준비 돼 있다"
미국 역시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이 유엔총회 기간 이란 대표단과 만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미국-이란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루비오는 회담이 단순한 만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핵심 목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외무장관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1일 뉴욕에 도착했다. 이란 외무부는 아라그치가 각국 정상과 외교장관들을 만나 이란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 역시 뉴욕에 와 있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정상회담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대표단, 트럼프 연설 중 퇴장
하지만 양측 사이의 긴장은 여전히 높다.
AP에 따르면 유엔총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군사작전을 옹호하는 발언을 시작하자 이란 대표단 대부분이 회의장을 떠났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군사행동과 항구 봉쇄를 중단해야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먼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제거하고 지역 무장세력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예멘까지 전선 확대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은 이란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 반군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홍해와 걸프 지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앤디 버넘(Andy Burnham) 총리는 사우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영국이 공중급유기를 제공해 사우디의 방공작전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한 대의 보이저(Voyager) 공중급유기를 제한된 기간 배치할 예정이다.
G7 외교장관들도 유엔총회 기간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에 후티 반군에 대한 무기와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 역시 홍해에서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 중인 아스피데스(Aspides) 해군작전에 현재보다 많은 군함이 필요하다며 회원국에 추가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협상과 추가 공격' 두 갈래 놓인 미국-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은 전쟁을 즉각 확대하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는, 이란에 두 가지 선택지를 공개적으로 제시한 최후통첩 성격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한쪽에는 핵 문제와 지역안보 문제를 포함한 협상을 통해 경제적 재건의 길로 나아가는 방안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미국이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 이란 양측에서 외교협상의 여지를 보여주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고, 미국은 유엔총회 기간 이란 측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양국이 직접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엔총회를 계기로 협상 재개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큰 결정'이 실제 추가 군사작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뉴욕에서 시작된 외교적 접촉을 통해 휴전 및 핵협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이날 세계 정상들 앞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어떤 형태로든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군사력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