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몸담은 조지프 바라타, 연말께 퇴사 준비...새 직장은 아직 없어
사모펀드 운용자산 500억달러→4,540억달러 성장 이끈 핵심 인물\
부동산 수장 나딤 메지 이어 고위 임원 잇단 이탈
79세 슈워츠먼 후계자는 조너선 그레이로 사실상 굳어...최고위 임원 승진 공간 좁아져
세계 최대 대체투자회사 블랙스톤(Blackstone)의 사모펀드 사업을 14년간 이끌어온 조지프 바라타(Joseph Baratta)가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블랙스톤에서 거의 30년을 근무한 바라타는 2012년부터 글로벌 사모펀드 부문을 총괄해왔으며 현재 이사회와 경영위원회에도 참여하는 회사 최고위급 임원 가운데 한 명이다.
(조지프 바라타(Joseph Baratta). 블랙스톤)
정확한 퇴사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말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블랙스톤 대변인도 바라타의 퇴사 계획을 확인했다.
28년 블랙스톤맨...유럽 사업부터 글로벌 PE 수장까지
55세인 바라타는 1998년 블랙스톤에 입사했다.
2001년 런던으로 이동해 블랙스톤의 유럽 사모펀드 사업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2012년 글로벌 사모펀드 사업 총괄로 승진했다.
당시 바라타의 임명은 블랙스톤의 장기적인 경영승계 과정에서도 중요한 인사로 평가됐다. 로이터는 2012년 바라타가 글로벌 사모펀드 책임자로 임명됐을 당시 그가 블랙스톤의 유럽 바이아웃 사업을 구축한 핵심 딜메이커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14년 동안 그는 블랙스톤의 사모펀드 사업을 전통적인 기업 인수에서 훨씬 다양한 투자 영역으로 확대했다.
운용자산 500억달러에서 4,540억달러로
바라타가 글로벌 사모펀드 사업을 맡았던 2012년 해당 부문의 운용자산은 약 500억달러였다.
WSJ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바라타가 총괄하는 광범위한 사모펀드 사업의 운용자산은 4,540억달러로 늘었다.
블랙스톤 전체 운용자산 약 1조3,500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회사 내 두 번째로 큰 사업부다.
바라타는 전통적인 대형 기업 인수뿐 아니라 북미·아시아 사모펀드, 에너지, Tactical Opportunities, 성장투자, 생명과학 투자 등을 총괄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 260억달러 규모의 펀드도 그의 관리 영역에 포함됐다.
블랙스톤의 현재 공식 자료를 보면 전통적인 Corporate Private Equity 부문만으로도 6월 말 기준 약 1,74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가능한 자금도 430억달러에 달한다.
메드라인·저지마이크스 등 대형 거래 주도
바라타는 블랙스톤의 여러 대표적인 대형 인수에도 깊이 관여했다.
의료용품 기업 메드라인(Medline),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저지마이크스(Jersey Mike's), 냉난방·냉동장비 업체 코플랜드(Copeland) 등의 거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직접 거래를 주도하는 동시에 자신의 산하 사업부별로 차세대 리더들을 배치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북미와 아시아 사모펀드부터 성장투자와 생명과학, 에너지 등 각 부문별 책임자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블랙스톤은 바라타가 떠난 뒤 그의 글로벌 사모펀드 총괄 직책을 그대로 다시 채우지 않을 계획이라고 WSJ은 전했다.
대신 현재 각 사업부 책임자들이 계속 해당 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다.
퇴사는 약 6개월 전부터 논의
이번 퇴사가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바라타는 약 6개월 전부터 블랙스톤 측과 퇴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논의를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현재 특정 정부 직책이나 새로운 직장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바라타가 블랙스톤 이사회에서도 물러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그의 향후 행선지를 특정 정부직이나 정치적 역할과 연결하는 것은 이르다.
한 달 새 핵심 사업부 수장 두 명 퇴사
바라타의 퇴사는 블랙스톤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최고위급 임원 이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앞서 이달 초 블랙스톤의 글로벌 부동산 부문을 이끌던 나딤 메지(Nadeem Meghji)도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메지는 블랙스톤에서 약 18년을 근무했으며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부동산 투자사업을 단독으로 이끌어왔다.
블랙스톤은 그의 후임으로 데이비드 레빈(David Levine)과 지오바니 쿠타이아(Giovanni Cutaia)를 글로벌 부동산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메지의 퇴사는 블랙스톤 최고경영진에도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반면, 바라타의 퇴사는 상당 기간 준비돼 왔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사이 블랙스톤의 부동산과 사모펀드라는 두 핵심 사업의 최고 책임자가 동시에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배경에는 이미 굳어진 블랙스톤 승계 구도
바라타의 퇴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랙스톤의 경영승계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블랙스톤은 1985년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이 공동창업했으며, 현재 79세인 슈워츠먼이 여전히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조너선 그레이(Jonathan Gray) 블랙스톤 사장이 슈워츠먼의 후계자로 인식돼왔다.
56세인 그레이는 블랙스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로 회사 전반의 경영을 맡고 있다.
따라서 바라타처럼 이미 글로벌 사업부를 이끌고 이사회와 경영위원회까지 진입한 최고위 임원에게는 블랙스톤 내부에서 더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WSJ은 블랙스톤 고위 임원들이 오랫동안 그레이가 슈워츠먼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해왔으며, 이에 따라 바라타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임원들의 추가적인 승진 경로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블랙스톤의 '차세대 경영진 교체' 본격화되나
다만 최근의 고위급 퇴사를 블랙스톤의 경영위기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창업자 슈워츠먼 시대에서 조너선 그레이 중심의 차세대 체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최고위층이 재편되는 현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바라타 역시 자신에게 보고하던 각 사업부 책임자의 승계구도를 이미 상당 부분 정비했다.
블랙스톤이 바라타의 직책을 새로운 한 명의 글로벌 사모펀드 수장으로 채우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분권화된 운영구조가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부문도 메지 한 명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레빈과 쿠타이아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즉 블랙스톤이 강력한 단일 사업부 수장에게 권한을 집중하기보다는 차세대 경영진 여러 명에게 역할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 업계의 '엑시트 적체'
바라타의 퇴사가 이뤄지는 시점도 주목된다.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심각한 엑시트(exit·투자회수) 적체를 겪고 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을 개선하거나 사업을 성장시켜 수년 후 다른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하거나 증시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시절 높은 가격과 많은 부채를 이용해 인수한 기업 상당수를 현재 원하는 가격에 팔지 못하고 있다.
PitchBook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전 세계 사모펀드가 보유한 미매각 기업은 3만3,575개에 달했다.
10년 전 1만5,923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금리 다시 오르면서 출구 더 좁아져
최근 미국 금리의 재상승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어가고 모기지 금리까지 7%를 돌파하면서 기업 인수에 필요한 차입비용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통상 인수 대상 기업 자체에 상당한 부채를 얹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을 활용한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지면 새로운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기존 투자기업을 인수하려는 잠재 구매자의 가격 부담도 커진다.
결국 사모펀드가 원하는 가격에 기존 기업을 매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문제
엑시트 적체는 단순히 사모펀드 회사가 기업을 오래 보유해야 한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연기금과 대학기금, 보험회사 등 사모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기업이 매각돼야 실제 투자수익금을 돌려받는다.
매각이 지연되면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분배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은 다시 새로운 사모펀드에 출자할 자금도 부족해진다.
결국 기존 투자 회수가 늦어지면 새로운 사모펀드의 자금모집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또 펀드 운용진에게 중요한 보상수단인 캐리드 인터레스트(carried interest) 역시 실제 투자수익이 실현돼야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엑시트 지연은 사모펀드 내부 임직원의 보상에도 영향을 준다.
블랙스톤도 시장 환경에서는 자유롭지 않아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대체투자회사라는 규모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다른 사모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높은 금리와 투자회수 지연이라는 산업 전체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부동산과 사모펀드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대표 개인 대상 사모대출 펀드인 BCRED는 올해 3분기에도 약 43억달러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 펀드 규정상 분기별 순자산의 5%까지만 환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요청이 다음 분기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신규 자금 유입이 일부 환매를 상쇄하고 있어 이를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해석할 상황은 아니다.
바라타 퇴사가 갖는 의미
조지프 바라타의 퇴사는 블랙스톤 사모펀드 사업의 위축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대표했던 최고위 투자자의 퇴장과 차세대 경영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가 글로벌 사모펀드 사업을 맡은 2012년 블랙스톤은 이미 세계적인 바이아웃 회사였지만 현재처럼 1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는 거대한 대체투자 플랫폼은 아니었다.
이후 블랙스톤은 전통적인 기업인수를 넘어 부동산, 신용, 인프라, 성장투자, 생명과학, 개인투자자용 펀드로 사업을 빠르게 확대했고 바라타는 사모펀드 부문에서 그 변화를 이끈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제 블랙스톤 내부에서는 슈워츠먼의 후계자로 조너선 그레이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고 각 투자사업에서도 차세대 책임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나딤 메지에 이어 바라타까지 연말께 회사를 떠나게 되면 블랙스톤 최고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새 경영진은 블랙스톤 내부의 승계 문제뿐 아니라 3만3,000개를 넘어선 사모펀드 업계의 미매각 기업과 고금리, 투자자들의 현금회수 요구라는 훨씬 어려운 시장 환경까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