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후 머스크 "더 이상 AI 아니다...SI가 더 낫다"
SpaceX AI 사업부, xAI→SpaceXAI 이어 수개월 만에 또 브랜드 변경
백악관은 연방정부 공식문서에서 AI 대신 'Super Intelligence' 사용 지시

다만 민간기업에는 의무 아냐...머스크가 자발적으로 트럼프 새 용어 채택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스페이스X의 인공지능 사업부 'SpaceXAI'를 'SpaceXSI'로 다시 이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미국 연방정부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AI·인공지능)' 대신 'Super Intelligence(SI·슈퍼 인텔리전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지시한 지 불과 며칠 만이다.

머스크는 4일 소셜미디어 X에서 한 이용자가 SpaceXAI를 SpaceXSI로 바꿀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변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게시물에서는 "더 이상 AI가 아니다. SI가 더 낫다"는 취지로 새 명칭을 지지했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자료화면)

로이터도 머스크가 SpaceXAI를 SpaceXSI로 개명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발표 당시 SpaceXAI의 공식 X 계정 명칭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으며 머스크는 실제 개명 시점이나 구체적인 브랜드 전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AI라는 이름 자체를 바꿨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29일 서명한 행정명령 14434호다.

행정명령의 공식 명칭은 '슈퍼 인텔리전스 시대의 개막(Inaugurating the Era of Super Intelligence)'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명령에서 현재 미국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시스템은 기존의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는 능력이 너무 크게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Super Intelligence라는 표현이 이러한 기술의 가능성과 잠재력, 빠르게 발전하는 능력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가능한 범위에서 공식 서신과 공공 커뮤니케이션, 정부 웹사이트, 보고서, 정책문서 등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와 'AI' 대신 'Super Intelligence'와 'SI'를 사용하도록 지시받았다.

법적으로 AI와 다른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냐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AI'와 'SI'가 법적으로 서로 다른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현재 연방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artificial intelligence'에 포함되는 기술과 시스템을 당분간 그대로 'Super Intelligence'로 부르도록 규정했다.

즉 기술의 법적 정의를 즉시 바꾼 것이 아니라 행정부가 사용하는 명칭을 먼저 바꾼 것이다.

백악관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에게 60일 이내에 'Super Intelligence'와 'SI'의 새로운 연방 법률상 정의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안을 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기존 법률에 등장하는 'AI'라는 표현까지 공식적으로 SI로 변경하려면 의회의 입법이 필요하다.

SpaceX는 의무 대상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정명령 때문에 SpaceX가 회사 이름을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연방 행정부와 정부기관이다.

민간기업인 SpaceX와 메타, 구글, OpenAI, 앤트로픽 등이 제품이나 회사 명칭에서 반드시 AI 대신 SI를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다.

머스크의 SpaceXAI→SpaceXSI 변경은 트럼프의 정책방향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결정이다.

로이터 역시 머스크의 개명을 트럼프가 'artificial intelligence' 대신 'super intelligence'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추진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유엔에서도 "AI라는 표현 정확하지 않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부터 AI라는 명칭 자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는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앞으로 미국 정부 문서와 가능하다면 세계적으로도 'artificial'이라는 표현 대신 'super'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모든 미국 문서가, 그리고 바라건대 전 세계도 훨씬 정확한 용어인 'super'를 사용하도록 바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현재의 첨단 모델이 단순히 인간의 지능을 '인공적으로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의학·창작·연구 등에서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머스크에게 'Super Intelligence'는 낯선 표현 아냐

흥미로운 점은 'Super Intelligence'라는 표현이 머스크에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훨씬 전부터 초지능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언급해왔다.

그는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2014년 출간한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책에도 추천사를 제공했다.

당시 머스크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핵무기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번 SpaceXSI 개명은 트럼프가 만들어낸 새로운 단어를 머스크가 처음 받아들이는 것이라기보다, 머스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superintelligence' 개념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정책적 명칭 변경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xAI에서 SpaceXAI로 바뀐 지 석 달 만에 다시 변경

SpaceX의 AI 사업은 올해에만 이미 한 차례 대대적인 브랜드 변경을 겪었다.

머스크가 2023년 설립한 xAI는 올해 2월 SpaceX에 인수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SpaceX는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주식교환 방식으로 xAI를 인수했고, 두 기업을 합친 전체 기업가치는 당시 약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 부분에서 Fox Business 원문에 나온 '7월 1조2,500억달러에 xAI를 인수했다'는 표현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수 자체는 2월에 이뤄졌고, 1조2,500억달러는 xAI의 인수가격이 아니라 당시 결합된 SpaceX·xAI 그룹 전체의 평가가치에 가까웠다.

이후 7월 xAI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SpaceXAI로 변경됐다. 당시 회사는 "We are now @SpaceXAI"라고 발표하면서 우주·통신·AI 사업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 결합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불과 약 3개월 만에 다시 SpaceXSI라는 새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xAI→SpaceXAI→SpaceXSI

브랜드의 변화를 정리하면 상당히 빠르다.

2023년 머스크는 독립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2025년 3월 xAI는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던 소셜미디어 X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 당시 X의 기업가치는 부채를 제외하고 약 330억달러로 평가됐다.

2026년 2월에는 SpaceX가 다시 xAI를 인수하면서 AI와 소셜미디어 사업이 SpaceX 그룹으로 들어갔다.

이어 7월 xAI는 SpaceXAI로 공식 변경됐다.

그리고 10월에는 머스크가 다시 SpaceXSI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머스크의 AI 사업이 기업구조와 브랜드 양쪽에서 빠르게 재편된 셈이다.

Grok 역시 SpaceX의 핵심 사업으로

브랜드가 바뀌더라도 핵심 AI 제품은 Grok이다.

SpaceXAI는 Grok 모델을 기업용 AI와 코딩, 에이전트 업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7월에는 Grok 4.5를 기업용 API에 출시했고, Cursor와 공동 개발한 AI 모델도 추진했다.

SpaceX가 xAI를 인수하면서 머스크는 AI 모델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X의 데이터와 사용자망, Starlink 위성통신, 장기적으로는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하나의 회사 구조 아래 연결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Grok 계약

머스크의 AI 사업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는 실제 사업관계도 존재한다.

xAI는 2025년 미국 연방 조달청(GSA)과 계약을 체결해 Grok을 연방정부 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계약은 2027년 3월까지 이어지며 Grok 모델과 엔터프라이즈 서비스가 연방기관에 제공된다.

다만 Grok의 실제 정부 사용은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올해 5월 미국 정부의 AI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급업체가 확인된 400건 이상의 연방정부 AI 활용 사례 가운데 xAI 또는 Grok이 사용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OpenAI 기반 시스템은 234건, 구글 계열은 33건으로 집계됐다.

즉 머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가 가깝다는 사실과 Grok이 연방정부 AI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트럼프, 'Super Intelligence Force'도 출범

명칭 변경은 단순한 언어정책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로운 연방정부 AI 태스크포스인 'Super Intelligence Force'를 출범시켰다.

AP에 따르면 트럼프는 제이 클레이턴(Jay Clayton) 국가정보국장을 이 조직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FTC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 국방 관련 기술 책임자인 에밀 마이클(Emil Michael), 인사관리처장 스콧 쿠퍼(Scott Kupor) 등도 참여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AI라는 용어를 SI로 바꾸는 것을 단순한 홍보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기술·산업정책 브랜드로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기술기업들과 '자율 규제' 협약도

트럼프는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미국의 주요 AI 기업 경영진들과 회의를 열기도 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OpenAI 관계자와 머스크 등이 참여했다.

기업들은 내부 안전통제와 위험평가, 외부감사 등을 포함한 자발적 협약에 참여했다.

그러나 협약에는 이를 위반했을 경우의 법적 처벌이나 강제조항이 없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강한 정부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선호하고 있다.

'AI→SI'는 기술 변화보다 정치적·브랜드 변화

이번 명칭 변경을 기술적으로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SpaceXAI가 개발하는 Grok이 갑자기 기존 인공지능과 전혀 다른 '초지능' 기술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명령 역시 현행법상 AI로 정의되는 동일한 기술을 행정부 문서에서는 SI라고 부르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SpaceXAI에서 SpaceXSI로의 변경은 현재 단계에서는 기술적 업그레이드라기보다 브랜드와 용어의 변화에 가깝다.

머스크 역시 새 모델이나 새로운 기술적 능력을 발표하면서 SpaceXSI라는 명칭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이름을 바꾸겠다고만 확인했으며 구체적인 추가 설명이나 변경 일정도 제시하지 않았다.

머스크와 트럼프 관계 회복 상징성도

정치적으로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정부효율화 작업에 깊숙이 참여했지만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공개적인 충돌도 있었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다시 미 정부의 기술·안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9월에는 미 국방당국이 미래전 기술을 검토하기 위해 구성한 'Project Meridian'에 머스크를 공동 책임자로 참여시켰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직접 추진한 'Super Intelligence'라는 표현을 머스크가 자신의 핵심 AI 사업 브랜드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결국 'AI'라는 이름까지 미국 기술패권 경쟁의 일부로

트럼프 행정부는 AI를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기술을 규제해야 할 위험요소로 강조하기보다 미국의 과학·경제적 우위를 확대할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긍정적인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백악관 행정명령 역시 현재 기술이 인간 지능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과학적 능력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Artificial'이라는 표현보다 'Super'가 적절하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머스크의 SpaceXAI→SpaceXSI 개명 발표는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언어가 민간 기술기업의 브랜드로까지 확산된 첫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다만 현재로서는 명칭이 달라졌을 뿐 기술적 정의나 Grok의 성능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 민간 AI 기업들이 트럼프의 제안을 따라 일제히 AI라는 명칭을 포기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xAI에서 SpaceXAI로 이름을 바꾼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머스크가 다시 SpaceXSI라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70년 가까이 사용해온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 자체를 바꾸려는 트럼프의 시도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기업 가운데 하나의 실제 회사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