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밑 송전장치서 주행 중인 EV로 전력 전송...최대 150kW 고출력 시험
총중량 약 20톤 대형 상용차 견딜 수 있는 도로구조 개발
2027회계연도부터 日 다테야마 고속도로서 실제 주행 실증
혼다 "우선 물류·운송 분야 실용화"...충전 정차 줄이고 배터리 크기도 낮출 가능성 

일본 혼다가 전기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도로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주행 중 무선충전' 기술의 실제 도로 시험에 나선다.

대형 배터리를 싣고 장거리 운행해야 하는 전기트럭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인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문제를 도로 인프라 자체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혼다의 연구개발 자회사 혼다 R&D는 5일 일본 건설사 다이세이건설(Taisei Corporation), 도로건설업체 다이세이 로텍(Taisei Rotec)과 공동으로 '자기결합 방식 무선전력전송 도로 시스템'의 기반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혼다자동차 매장
(혼다. 신화통신)

세 회사는 일본의 2027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027년 4월 이후 실제 고속도로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도로 아래 충전장치...차량은 멈추지 않아도 돼

기술의 기본 원리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과 비슷하다.

도로 포장 아래 전력을 보내는 송전장치를 설치하고, 차량 하부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수전장치를 장착한다.

차량이 충전구간 위를 지나면 두 장치 사이에서 비접촉 방식으로 전력이 전달된다.

따라서 전기차가 충전소에 들어가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달리는 동안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혼다는 이를 'DWPT(Dynamic Wireless Power Transfer·주행 중 무선전력전송)'라고 부르고 있다.

혼다는 2021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실제 도입될 경우 가정이나 충전소에서 차량을 세워놓고 충전해야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목표는 승용차가 아니라 대형 트럭

이 기술은 일반 승용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혼다가 가장 먼저 실용화를 추진하는 분야는 물류와 운송이다.

이유는 대형 상용 전기트럭이 현재 전동화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럭은 승용차보다 훨씬 무겁고 장거리 운행이 많으며 하루 운행시간도 길다.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지만 배터리가 커질수록 차량 가격과 무게가 증가하고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은 줄어든다.

충전시간 역시 운송회사에는 곧 차량이 돈을 벌지 못하는 시간이다.

혼다는 주행 중 충전이 가능해지면 이런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공식 발표에서 DWPT가 특히 운행률이 높고 장거리 주행이 많은 물류·운송 분야에서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어 이 분야부터 실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150kW급 충전 시험

대형트럭을 달리면서 충전하려면 상당히 높은 전력이 필요하다.

혼다는 향후 대형 상용차 적용을 염두에 두고 최대 150kW 출력의 무선전력전송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적인 가정용 충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높은 전력을 보내는 것만이 아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차량이 충전장치 위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통과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전달해야 한다.

혼다는 앞으로 고출력 상황뿐 아니라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할 때의 충전 신뢰성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톤 트럭이 계속 지나가도 도로가 버텨야

또 하나의 난제는 도로 자체다.

전력 송전장치를 아스팔트 아래에 설치하면 수많은 차량이 그 위를 계속 지나간다.

특히 대형트럭은 도로에 큰 하중을 가한다.

혼다와 다이세이 그룹은 약 20톤의 총중량을 가진 대형 상용차가 반복적으로 통행해도 송전장치와 도로포장이 견딜 수 있도록 구조를 개발해왔다.

도로 아래에 설치되는 송전장치 내부구조를 최적화해 강도와 내구성을 확보하고, 기존 도로를 절삭한 뒤 장치를 매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새 도로를 처음부터 건설할 때뿐 아니라 기존 고속도로를 개조해 충전도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혼다·다이세이·다이세이 로텍 역할 분담

세 회사는 서로 다른 기술을 맡고 있다.

다이세이건설은 도로에 공급할 직류 전원시스템을 개발한다.

혼다는 도로 아래에 설치되는 송전장치와 차량에 설치되는 수전장치,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직류 배전 시스템을 개발한다.

다이세이 로텍은 충전장치를 실제 도로포장 속에 안정적으로 설치하는 공법을 담당한다.

혼다는 송전장치 내부에 인버터와 코일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2026년 9월 말 공개된 주행 중 무선충전 장치 가운데 이러한 구조는 세계 최초다.

올해 말부터 100만회 하중 시험

고속도로에 바로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세 회사는 2026년 말부터 다이세이 그룹의 시험시설인 T-FIELD/TAMRA에 새로운 시험주행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실제 차량을 이용해 장기간 도로가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혼다 발표에 따르면 바퀴 하나당 49킬로뉴턴의 하중을 기준으로 약 100만회에 해당하는 반복하중 시험을 진행한다.

또 실제 주행 중 충전성능과 전자기장 누설을 억제하는 기술도 시험한다.

도로에 대규모 전력설비가 들어가는 만큼 차량뿐 아니라 주변 사람과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2027년 실제 고속도로에 설치

실험실 단계가 끝나면 실제 고속도로로 옮겨간다.

혼다와 다이세이 그룹은 NEXCO 동일본이 추진하는 '다테야마 프로젝트(Tateyama Project)'에 참여한다.

실증 장소는 일본 지바현 E14 다테야마 자동차도의 기미쓰 휴게소 인근 본선 구간이다.

NEXCO 동일본은 약 300m 범위에 주행 중 무선충전 설비를 설치하고 실제 교통환경에서 기술의 실용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시험은 2027회계연도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NEXCO 동일본은 이를 일본 고속도로 본선에서 실시되는 최초의 DWPT 실증시험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반 차량이 지나가면 전력은 공급되지 않아

충전도로라고 해서 모든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전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아니다.

NEXCO 동일본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된 송전장치는 DWPT 기능을 갖춘 차량이 통과하는 것을 감지했을 때만 전력을 전달한다.

수전장치가 없는 일반 차량이 지나갈 때는 전력전송이 이뤄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실제 고속도로에 이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불필요한 전력사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다.

배터리를 더 작게 만들 수도

주행 중 충전기술의 잠재적인 장점은 충전 정차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충전도로가 충분히 구축된다면 차량이 처음부터 아주 큰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도 줄어들 수 있다.

NEXCO 동일본은 도로에서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더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EV의 실질적인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대형트럭에서는 이 효과가 중요하다.

배터리 무게가 줄면 차량 자체의 중량이 낮아지고, 같은 총중량 규제 아래에서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료와 차량 가격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물류업계에는 충전시간이 곧 비용

대형 전기트럭 보급에서 충전시간은 승용차보다 훨씬 민감한 문제다.

일반 승용차는 밤에 집이나 주차장에서 충전할 수 있지만 화물트럭은 차량이 움직이는 시간이 곧 수익과 연결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장시간 충전해야 한다면 차량 회전율이 떨어지고, 많은 트럭이 동시에 충전할 경우 대규모 급속충전시설과 전력망도 필요하다.

주행 중 충전도로는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차량을 세워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력을 공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혼다가 일반 승용차보다 물류와 운송 부문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비용

기술이 실제로 작동한다고 해도 상용화까지는 큰 장애물이 남아 있다.

도로에 수백㎞의 충전설비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할 수 있다.

도로 아래 전력공급선과 송전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전력망도 연결해야 한다.

고장이나 도로보수 때는 일반 도로보다 유지관리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혼다 기술진에게 이 시스템의 비용이 기존 고속 급속충전망과 비교해 어느 정도가 될지 물었지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혼다 엔지니어는 경제성이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단계이며, 실제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모든 도로를 충전도로로 만들 필요는 없어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더라도 모든 도로를 충전도로로 바꾸는 방식이 될 가능성은 낮다.

장거리 화물차가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주요 고속도로 구간이나 항만·물류센터 연결도로에 우선 설치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트럭이 특정 물류축을 반복적으로 왕복한다면 일부 구간에서 주행 중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 구간은 차량 배터리로 운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충전도로 건설비를 제한하면서도 대형트럭의 배터리 크기와 충전 정차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는 향후 상용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이며 혼다는 아직 구체적인 설치규모나 사업모델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업계 전체가 실증 참여

다테야마 프로젝트에는 혼다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NEXCO 동일본은 혼다·다이세이팀과 함께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 덴소(Denso), 오바야시(Obayashi)로 구성된 별도의 팀도 실증사업 참여기업으로 선정했다.

각 팀이 자체 차량과 충전장치, 도로설비를 개발해 실제 고속도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자동차회사의 개별 실험을 넘어 일본이 차세대 고속도로 인프라로 주행 중 충전기술을 실제 평가하는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충전소를 더 짓는다'에서 '도로가 충전기가 된다'로

현재 전기차 인프라 경쟁은 대부분 더 많은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충전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돼 있다.

주행 중 무선충전은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차량이 충전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차량에 전력을 공급한다.

기술이 실제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온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대형 배터리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하루에 수백㎞씩 운행하는 전기트럭에서는 승용차보다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혼다가 이 기술을 우선적으로 물류·운송 분야에 적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적 실용성은 별개의 문제다.

최대 150kW의 전력을 고속으로 움직이는 20톤급 트럭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수백만번의 차량 통행에도 도로가 견디며, 기존 급속충전소보다 경제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혼다와 다이세이 그룹은 올해 말 본격적인 내구성 시험에 들어간 뒤 2027년부터 실제 고속도로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한다.

전기차 시대의 충전 인프라가 지금처럼 도로 옆 충전소에 머물지, 아니면 앞으로 도로 자체가 거대한 무선충전기가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일본 고속도로에서 시작될 예정이다.